<평택논단>-잠자는 미술품과 평택호 예술관
2002-06-26 평택시민신문
물론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도 알고 있다. 순수 미술이자 정통미술이 설 자리도 아직 마땅치 않은 데 아직도 실험적이랄 수밖에 없는 백남준 예술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할 시기나 여건이 마련되었는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이다. 하지만 예술계의 입장에서는 대중과 한 걸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뿐더러 중심 예술도 그와 같은 대규모 시설 투자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입장에서 굳이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의 내용이다.
확인한 바에 의하면 용인 민속촌과 경기도 박물관 부근에 들어설 예정인 백남준 미술관은 지난 6월 1일 자로 건립에 따른 건축설계 현상공모가 공고되었으며 총 예상 규모가 부지 1만 여 평에 연 면적 1,500여 평 정도로서 계획대로라면 2004년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설계도조차 나오기도 전에 작품 60여 억 원 어치가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것과 이 작품들이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로 창고에서 잠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경위까지야 알 도리가 없다. 다만 작가의 대표작품들이라 할 매입 작품들이 미술관 완공까지 방치에 가까운 대접을 받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이미 들어온 작품을 다시 내갈 수도 없고 미술관 완공까지 그대로 둘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활용해 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입체 미술품인 백남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두 전시한다는 것은 도내의 어느 곳도 불가능하다. 가장 넓은 전시공간을 가진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은 기획이나 상설 전시장이 아니라 대관 위주의 운영을 하고 있기에 불가능하고 그나마 몇 년 째 백남준 미술품을 전시했던 양평의 B 미술관 같은 곳은 사설 기관이라는 점이 조금 걸린다.
필자가 백남준 미술작품 구입에 깊숙하게 관여한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과 직접 대면하여 우리 평택호 예술관에 그 작품 전시를 요구한 결과 지난 지방 선거가 끝 난 후에 상황을 보아가며 다시 말하자는 대답을 들었다.
물론 전용 미술관을 위한 작품이므로 그 전에 작품을 공개한다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과거부터 내려온 권위에서 나오는 발상이라면 지방 문화와 예술을 진흥시킨다는 정당한 요구를 내세워 적극 추진해 볼만하다.
평택호 예술관은 개관 기념전으로 지난해 12월에 1개월 간 백남준 특별 전을 가진바 있고 그 오지에 3,000여 명이 관람하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미술관 면적으로만 보면 도내 2위 수준이며 전시장 파티션 설치로 전시 길이가 130여 미터를 웃돈다.
흔히 백남준 미술을 TV화면과 결부시켜 비디오 아트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의 작품에는 야외 전시용을 비롯하여 평면작품들도 많다. 이미 국내에 들어 온 60여 점의 작품 전체를 수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공간 활용을 잘하면 상당수의 작품을 상당기간 수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예산부족과 위치의 불리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평택호 예술관의 지명도를 높여 자생적인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라도 명분 없이 잠자고있는 백남준 미술품을 유치하기 위해 개인이 아니라 작품 유치에 따른 보증을 비롯하여 시 당국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이수연<전 평택예총 회장>
<평택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