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노래
평택 문인협회 ‘생태 시’ 연재
2010-09-29 평택시민신문
몸을 낮추어 귀대어 들어보자
어머니 품속 같은 흙과 나무의 노래
촉촉하고 부드러운 들판의 숨결을
들들거리며 굉음을 울리는 포크레인 소리
푸른산을 헤잡고 조각내고 넘어뜨린다
산이 무너지고 돌돌 흐르던 계곡물이 막혔다
날개 접은 새들이 깃으로 무덤을 만들고
큰도끼로 찍어도 끄떡없던 나무들
굉음을 울리고 지나간 후 숨소리조차 멈추고
온갖 형상으로 주검을 쓰다듬고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푸른 숲이 땡볕에 알몸으로 묵언 수행을 하고
길 막힌 신작로에 군용 지프가 과속주행을 한다
산더미 같은 트럭은 내리천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혼잡한 도심으로 분주히 오가고
이장님댁 박꽃 줄기는 어디로 뻗을까 두리번 거린다
도두리 황새울 저무는 들녘 하늬바람 불어오니
망초대 영혼 나목들 영혼 외로운 황토 영혼이 뒤영켜
허공에 맴돌다 산비알에 걸려있다
찔레 덤불 사이로 소쩍새 울고 물푸레나무 수액 차오르니
이따금 농부의 땀 냄새 고향의 흙냄새가 그리워진다.
이귀선
- 문학공간 등단
- 2009 경기문학상 공로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평택문인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