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날씨로, 경쟁으로 힘들 때
여기 와서 오리백숙 먹고 힘내요

38-송탄 교보생명 김월자 지점장이 고객과 함께 찾는 ‘장수촌’

2010-09-15     평택시민신문

<단골 맛집> “나는 이래서 이 집을 찾는다”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인 백로가 지났다. 찌는 듯한 무더위로 에어컨과 선풍기 앞에 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번 가을은 태풍 ‘말로’와 함께 요란히도 찾아왔다. 일주일간은 태풍피해로 혼을 쏙 빼 놓더니 또 일주일은 주구장창 비만 내려 비 구경을 실컷 했다. 다행히 이번 한 주는 날씨가 맑아 한동안 보지 못했던 태양빛을 볼 수 있단다.

송탄 교보생명 김월자 지점장(54·사진 오른쪽)은 변덕심한 날씨 탓에 추석을 앞두고 심신이 지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럴 때, 꼭 먹고 가야할 요리가 있다며 자신있게 맛 집을 추천한다. “삼복더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힘이 쭉 빠져서 일이 안 될 때, 사무실 사원들하고 자주 가는 곳이 있어요”라며 ‘장수촌’을 소개했다.

이른 점심시간에도 빈자리 드물어

1번 국도를 따라 송탄에서 오산쪽으로 가다 보면 하북 삼거리 우측으로 314번 지방도가 나온다. 그 길을 3km 정도 따라가 보면 친근한 기와지붕의 건물과 넓은 마당, 화사한 정원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11시40분. 이른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여럿 들어서 테이블을 채우고 있었다. 이쪽저쪽 ‘주문 세례’가 빗발치고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이정희 사장(50)이 보인다.

“사장님 저 왔어요. 여름도 다갔는데 많이 바쁘신가봐! 손님이 많네~”하며 김 지점장과 가족들이 식당에 발을 디딘다. “아이고~ 오셨어요? 더 예뻐 지셨네! 이쪽으로 앉아요” 바쁜 와중에도 직접 자리를 안내하고 안부를 나누는 김 지점장과 이 사장.

사실 장수촌은 평택에서 소문난 맛집이다. 평택인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아~거기!”라며 단번에 알아채는 바로 그곳. 하지만 장수촌의 음식 맛은 잠깐 뒤로하고 김월자 지점장과 이정희 사장의 특별한 인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26년 전, 김월자 지점장은 보험 설계사로 송탄 교보생명에 취직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지치고 힘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그 때마다 장수촌에서 보양식을 먹으며 힘을 냈다. 그러면서 소장이 되고 지점장으로 승진하며 사원들과 가족들을 챙길 때, 손님대접 할 때는 꼭 이곳을 찾았다. 그렇게 한번 두 번 찾아 온지 언 10년이 넘은 것이다.

김월자 지점장과 이정희 사장은 10년 단골 말고도 특별한 관계가 있다. 김 지점장이 10년 동안 고객이 되어 식당을 자주 찾다보니, 이정희 사장도 자연스레 교보생명의 고객이 됐다. “어떻게 보면 고객과 고객인 관계에요”라는 이 사장의 말에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김 지점장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음식 맛은 처음 그 맛 그대로 남아있다고 했다. 누룽지 삼계탕, 오리백숙, 쟁반 막국수. 장수촌의 주 메뉴다. 손님으로 가득 찬 식당을 둘러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을 때, 김월자 지점장이 온다는 말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음식들을 한상 가득 차려 준 이정희 사장. 그 정성이 전해져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누룽지 삼계탕에 쟁반 막국수까지


“시장하실 텐데 어서들 들어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젓가락을 들어 맛본 음식.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백숙을 젓가락으로 한 점 떼니 부드러운 고기가 살결대로 갈라져 먹기 좋은 크기가 됐다. 고기를 후후 불어 겉절이와 함께 곁들어 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는 말이 딱이다.

백숙을 다 먹으면 시원한 쟁반 막국수가 생각난다. 국수를 휘휘 저어 후루룩 먹으면 쫄깃쫄깃한 면발의 감칠맛이 입에 감겨온다. 매콤한 그 맛을 얼음 동동 띄운 동치미 한사발로 진정시킬 때 쯤, 누룽지 한 솥이 나왔다. 배는 부르지만 누룽지의 구수한 냄새에 저마다 숟가락을 든다. 배부르단 말이 언제 나왔냐는 듯 누룽지 한 솥을 금방 비워냈다.

“여기 올 때면 배불러도 이렇게 많이 먹고 가요. 사장님 인심이 좋으셔서 항상 푸짐하게 주시거든요.” 보장된 ‘그 맛’은 물론이고 사장님 인심까지 후덕하니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보양식 먹는 날이 따로 있나요. 요즘 같이 경제도 어렵고, 날씨까지 한몫해서 지칠 때면 오는 거죠 뭐. 백숙 맛있게 먹고 장수촌 오고가는 정겨운 시골길 풍경도 감상하면서 바람 좀 쐬면 금방 기운이 들어요. 이게 제대로 보양 하는 거죠”라 단골답게 몸 보양 노하우를 전하는 김 지점장.

“김 지점장님 같은 단골이 자주 오셔서 저희 음식 맛있게 먹어 주시니까 장사할 맛 나는 거에요. 매번 오실 때 마다 반갑고 또 잊지 않고 찾아 주시니까 감사하죠”라며 이정희 사장이 환하게 웃어 보인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맞아 진위면 가을풍경도 만끽하고 장수촌 백숙으로 몸 보양을 해보는건 어떨까. 이 사장의 넉넉한 인심과 장수촌 백숙의 ‘그 맛’을 잊지 못해 겨울이 올 때쯤이면 다시 발걸음을 장수촌으로 옮기게 될 것이다.

찾아가는 길 :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봉남리 172-1. 문의 031) 663-2175
김주련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