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절 슬픈 유래 담긴 ‘혼혈’ 음식
두부·당면 없는 송탄 식, 의정부와 ‘원조’ 다툼

최재원 시민기자의 음식 이야기 ⑦ 부대찌개

2010-09-09     평택시민신문

보글보글 끓는 찌개 속 얼큰한 국물과 햄, 소시지를 밥에 덜어 쓱쓱 비벼먹으면 그만인 부대찌개. 지역마다 유명 부대찌개 전문점이 몇 개씩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음식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재료로 만든 슬픈 유래를 가진 부대찌개의 얼큰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주한미군들은 ‘존슨탕’ 부르기도

부대찌개는 사전에도 등록된 요리로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햄과 소시지를 넣고 끓인 찌개를 말한다. 그 유래를 보면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가 함께 한다.

6.25 전쟁 직후 우리나라에 미군들이 주둔하게 되며 음식 찌꺼기나 몰래 반출된 재료가 미군부대에서 밖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그 중 고기류와 햄, 소시지 등을 우리 입맛에 맞게 고추장이나 김치와 함께 넣고 끓여 먹은 것이 부대찌개의 유래가 된다.

소시지찌개, 햄찌개라 불러도 좋을 것 같지만 미군부대에서 나온 재료를 이용했기 때문에 부대찌개라고 부르고 있다. 주식이 육식인 미군들과 달리 육류를 접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대에서 나오는 고기, 소시지, 햄은 영양을 보충하기 좋은 훌륭한 재료였을 것이다.

부대찌개를 존슨탕이라 부르기도 한다. 당시 미국 대통령인 린든 B. 존슨의 성을 따서 만든 이름으로 대통령이 내한했을 때 이 음식을 먹어보고 극찬했다는데서 유래 한다. 또 다른 설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 존슨이라서 이국적인 재료가 들어간 찌개를 존슨탕이라 부르게 됐다고도 한다. 유래야 어찌되었건 외국인은 Spicy Sausage Stew로 부르고 있고 가끔 한국말을 배운 주한미군들이 존슨탕으로 부르기도 한다.

의정부에서는 부대찌개 대신 명물찌개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명물 의정부 찌개를 널리 알리고,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음식재료를 이용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미 부대찌개라는 이름이 친숙해서 많은 사람들은 명물찌개보다 부대찌개로 부르고 있다.

부대찌개는 동두천, 이태원, 의정부, 송탄등 미군이 주둔하는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 했다. 그 중 의정부와 송탄이 가장 유명하다. 의정부는 만화 식객을 통해 소개된 50년 전통 '오뎅집'을 비롯해 많은 부대찌개 전문점들로 구성된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다. 찌개 재료로 김치, 햄, 소시지, 다진 고기와 두부, 당면이 들어간다. 반찬은 무짠지와 김치를 준다.

의정부 부대찌개와 함께 맛 대결을 하고 있는 송탄 부대찌개는 40년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 의정부 부대찌개와 달리 두부와 당면을 넣지 않는다. 부대찌개의 백미 라면사리도 부대찌개 건더기를 대부분 건져 먹고 남은 찌개에 육수를 좀 더 넣고 끓여 먹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취향에 맞게 처음부터 넣어 먹기도 해 꼭 정해진 것은 아니다.

송탄 부대찌개는 반찬으로 맛있게 익은 김치 한 가지만 내놓는다. 의정부 부대찌개를 즐겨 먹던 사람이 송탄 부대찌개 전문점에 가면 당면이나 두부도 없고 반찬도 달랑 하나라서 불만을 말하곤 하지만 잘 익은 김치 하나면 더 이상 반찬이 필요 없다는 송탄 부대찌개만의 자존심이자 특징이다.

의정부부대찌개와 송탄 부대찌개의 공통된 맛의 비결은 김치와 육수다. 대부분 재료가 비슷해서 육수와 잘 익혀낸 김치에 따라 부대찌개 맛 평가가 달라진다. 송탄 부대찌개 전문점 대표들은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내주는 비결에는 한우 잡뼈를 하루 종일 고아서 만든 육수에 있다고 한다.

소시지·햄 맛 좋지만 염분 많아

모든 부대찌개가 기본으로 김치를 넣는 것은 아니다. 의정부, 송탄 부대찌개와 달리 이태원 바다식당과 안성의 모박사는 김치를 넣지 않은 부대찌개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이태원의 바다식당은 부대찌개의 다른 이름인 존슨탕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김치대신 양배추가 들어가며 다양한 햄과 소시지가 푸짐하다.

그럼 부대찌개의 원조는 어딜까? 의정부와 송탄 사람들은 자기 지역이 부대찌개 원조임을 자칭하고 있다. 원조집 역사를 따지면 의정부가 50년 전통, 송탄이 40년 전통이다. 하지만 오뎅집이 부대찌개 전문점이 아닌 어묵을 팔다가 부대볶음을 시작했고 1988년경부터 볶음에 물을 부어 지금의 부대찌개 형태로 팔기 시작했다는 인터뷰가 있다. 이를 토대로 송탄이 원조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일리 있는 것이다.

이제 부대찌개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처럼 대중화 된 음식이다. 못 먹던 시절, 주린 배에 기름기를 채워 넣기 위해 먹던 음식이 아니라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맛있는 음식이 됐다.

열린한의원 김의근 원장은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마늘, 파, 채소는 햄과 소시지에서 나오는 콜레스테롤을 중화 시키며 맛을 풍부하게 해준다” 며 “ 하지만 부대찌개의 재료인 소시지와 햄은 열량이 높고 염분이 많아 너무 자주 먹는 것은 좋지 않다.” 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