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와 조리법으로 평양식-함흥식 구분 원래 겨울음식…더위 다스리는 성분 많아
최재원 시민기자의 음식 이야기 ③냉면
여름철 최고 인기 있는 음식은 아무래도 냉면이 아닐까? 살얼음 낀 육수와 메밀향이 적당한 구수한 면발. 시원한 육수 한 모금이면 더위에 잃은 입맛도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원래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더울 때 먹는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야 말로 갈증과 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리는 최고의 음식이 아닐까?
북쪽 지방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하는 냉면은 크게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나뉜다. 평양냉면은 고기육수에 동치미를 섞어서 냉면육수를 만들어 국수를 말아 상에 올린다. 함흥냉면은 물냉면보다는 비빔냉면으로 즐겼다. 매운 양념장으로 버무려 홍어회나 가자미회를 얹어 먹었다고 알려진다. 평양식 하면 물냉면을, 함흥식 하면 홍어회무침을 꾸미로 얹은 비빔냉면을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함흥냉면도 물냉면으로 즐기고 평양냉면도 회와 매운 양념으로 비벼 먹기 때문에 면발의 메밀 함량에 따라 함흥식, 평양식으로 나누고 있다. 평양식 냉면은 메밀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면발이 굵고 잘 끓어지며, 함흥식 냉면은 감자전분이나 강냉이 고구마 전분의 함량이 많아 가늘고 쫄깃하다.
냉면은 평안도 사람들이 겨울에 즐기는 간식이다. 추운 겨울날 고기 삶은 물이나 동치미에 국수를 말아먹던 것이 현재 냉면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도 고기육수 또는 고기육수에 동치미 국물이나 집 간장을 섞어서 육수를 만들고 메밀로 만든 면을 넣어 완성한다.
편육, 삶은 달걀, 배, 오이, 무김치 등과 같은 꾸미를 올려 맛과 영양을 더 했다.
주원료 메밀, 동맥경화·당뇨 예방 효과
냉면의 면을 만드는 주원료인 메밀은 <동의보감>에서 오장을 튼튼히 하는 오곡장이라고 했고 <본초강목>에서는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정신을 맑게 하고 살과 피를 맑게 한다고 했다.
메밀은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암, 위장병, 녹내장, 신장병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 단백질을 10∼15% 함유하고 있으며 다른 화곡류 작물에 부족한 라이신, 트립토판등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또한 Ca, Fe, Mn 등 무기질이 풍부하며 비타민 B1, B2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특히 우리몸은 하루에 30㎎ 가량의 루틴이 필요하지만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루틴은 메밀 100g에 약 100㎎이 들어 있다. 일부 냉면집에서는 면수(메밀을 삶은 물)를 물대신 내주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다량의 수용성인 루틴이 함유되어 있으니 꼭 챙겨먹는 것이 좋다. 메밀은 저칼로리, 기능성식품으로 현대인의 식단에 알맞고 아밀라제나 말타아제 같은 효소가 포함돼 있어 소화가 잘 된다. 체중조절, 변비예방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식이요법을 위한 식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술을 마시고 다음날 해장용으로 냉면을 찾기도 한다. 메밀의 성분 중 비타민의 일종인 ‘콜린’은 간장을 강화하여 간장병을 예방하는 등의 효과가 있어 애주가들에게 좋은 음식이다.
냉면 고기 육수의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영양가가 높아 여름철 기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육수에 동치미를 섞어주면 메밀의 독성이 제거되고 식이섬유가 많아 비타민과 섬유소가 적은 고기육수와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이룬다. 냉면 위에 올리는 편육, 삶은 달걀, 무김치를 통해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추가된다.
냉면하면 식초와 겨자를 빼놓을 수 없다. 원래 냉면 육수는 간을 세지 않은데 식초가 맛을 풍부하게 만들고 고깃국물의 잡내도 잡아준다. 또한 식초의 산이 소화를 돕고 살균작용을 하며 피로회복을 돕기도 한다. 겨자는 따뜻한 음식으로 차가운 성질의 냉면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유야 어떻든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으면 맛과 향이 더해져 기호에 맞는 맛있는 냉면을 즐길 수 있다.
메밀은 고려시대, 냉면은 조선시대부터
메밀의 원산지는 몽고와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의 한대를 제외한 지역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 메밀에 관한 최초 기록은 고려시대의 <향약구급방>에 있으며 메밀로 만든 냉면을 먹은 것은 <동국세시기> <부인필지> 등에 기록 남아 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부터 즐겼음을 알 수 있다. 메밀의 유래에 대해 안성 장안면옥 이일순 사장은 “나라에 기근이 들어 중국에 식량 원조를 했는데 오히려 사람들을 마르고 병약하게 만들기 위해 보내준 것이 메밀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면서 “우리 조상은 지혜롭게 묵이나 막국수, 냉면으로 만들어 겨울밤 허기를 달래는 별미이자 건강식으로 즐겼다”고 말했다.
열린한의원 김의근 원장은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은 소음인은 냉면을 먹으면 몸 안의 차가운 기운이 강해지고 소화기능이 약해져 배가 아프고 설사로 고생할 수 있다” 며 “한의학적으로 소음인은 차가운 성질의 냉면을 자주 먹는 것은 삼가 하는 것이 좋다” 고 했다. 최재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