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논단>-농민들 가슴을 따스하게

2002-06-19     평택시민신문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6월이 지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월드컵의 열기와 6· 13지방선거의 분위기 속에서 그 어느 때 보다 바쁘게 살아왔다.

밤잠을 설치며 응원했던 우리나라 축구팀이 48년 만에 첫 승리를 , 그리고 뒤이어 16강에 진출했다. 그 보름동안 모든 국민은 " 대한민국" 의 국민임을 가슴 뿌듯해 했다. 또 한편에서는 집권당의 참패로 끝나버린 6. 13 지방선거는 투표율의 저하, 현저히 늘어난 불법, 탈법 선거 운동 등을 뒤로하고 그렇게 오월, 유월을 숨 고를 사이 없이 지내 왔다. 그러나 그 와중 속에서 어느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 온 사람이 바로 1년 농사중에 가장 중요한 시기를 지내 온 농민들이었다.

모내기에 과수열매 솎기와 봉지 씌우기에 시설 농사까지 고정적 일손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월드컵열기와 선거 속에 농촌에서는 일손을 구할 수가 없었고 품삯은 4만원에서 6만원까지 올라갔으며 그나마 매년 진행되었던 군, 경 등 공무원들의 지원마저 없어 정말 발등에 소변 눌 정도로 하루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그러면서도 6, 13 지방선거에서는 도시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고령농가가 대부분이기에 고령층의 높은 투표율에 기인한 점도 있겠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나타난 권리행사와 주권의식 또한 우리는 유심히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주권의 포기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주권의 행사인 '나의 한 표'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선거국면과 월드컵 열기 속에서 일손부족에 애타 하면서 더 큰 고통의 나날을 보낸 이들 또한 농촌지역의 농민들이었다.

안성에서 유천동의 모 농장까지 발병한 구제역의 공포속에 소독과 방제로 전시상태를 방불케하는 나날을 보냈으며 월드컵특수를 기대하며 저장했던 배는 소비의 둔화로 창고에서 썩어나갔다.

이들에게 월드컵과 16강 진출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6 . 13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들의 장미빛 공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난 3일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는 환호와 열기 속에서 한편으로 점점 어려워져 가는 농민들의 고통을 두드러져 보이게 했다.

도시지역 근로자에 비해 91년에난 94. 2%정도의 소득수준이었으나 98년에는 80%수준으로 그리고 2001년에는 75.9%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부채는 농가 당 2,038만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6.13 지방선거시 후보자들이 공약한 대로만 시행된다면 농민들도 걱정없이 농사에 전념하며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제 당선자들이 그 약속을 잘 지켜 한 표의 권리를 소중히 행사했던 농민들에게 그 믿음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월드컵의 열기 속에 모든 사회문제가 파 묻혀 있더라도 국민들의 먹거리 생산에 오늘도 굽은 허리를 곧추세우며 논, 밭에서 한낮의 뙤약볕을 이겨내고 일하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13일 완전한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미국이 전 세계나라로부터 항의와 반대를 무릅쓰고 향후 10년간 농업보조금을 80%나 증가시키기 위한 신 농업법을 발효시켰다. 세계 각 국의 반발이나 WTO 규정보다 자국 농민들의 보호와 자국민의 식량주권을 우선시하는 이율배반적 행동이지만 왠지 이를 바라보는 우리 농민들의 가슴은 착잡하기만 하다.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와 6.13선거의 기대를 상대적 박탈감과 경제적 시름에 잠겨 있는 농민에게 되돌려 주자.
이는 국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 대안과 실천으로 가능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평택지역의 당선자들에게도 축하의 말에 앞서 여러 지역에서 어려움에 신음하는 많은 서민들의 아픔을 선거운동 시기처럼 누비고 다니며 관심과 열정으로 치유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평택 농민회 부회장 김덕일

<평택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