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딧불이에 얽힌 추억 지금은 먼 옛날
김 영 규<용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2002-06-10 평택시민신문
많은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반딧불이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에는 전등이 많지도 않았고 형들에게서 들은 달걀귀신이니 몽당귀신이니 하는 것이 밤길에 나타난다는 옛날 이야기기와 어디선지 들리는 굿하는 소리 등으로 밤길을 걷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었다. "덩덩 덩더쿵" 내가 교회를 가는 길목에는 유난히도 굿을 하는 집이 많았다. 그 칠흙 같은 밤에 교회를 가면서 논가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가 나타나면 참으로 반가웠다. 어느 때는 반딧불이를 손에 올려놓고 걸어가면 든든하기도 했다. 특히 비가 올 것 같은 어두운 밤에는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집안으로 날아오기도 하였다. 몇마리를 잡아 유리그릇에 넣으면 반짝이면서 책도 읽을 수 있었다.
평택은 산이 적지만 평택호에 유입하는 많은 하천과 작은 지천들이 많아서 유난히 반딧불이도 많았나 보다. 나는 그동안 하폐수 처리를 연구하면서도 늘 언젠가는 반딧불이를 찾아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4년전부터 용인과 평택에서 반딧불이를 찾기 시작하였다.
용인에서는 수십-수백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지역을 비롯하여 20여곳에서 반딧불이를 찾았다. 평택에서도 작년에 "평택의제 21"의 사업의 일환으로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을 사랑하는 환경지킴이 어린이와 부모들이 반딧불이를 찾아 나섰다. 부락산의 약수터를 지나면서 가장 먼저 어린이의 눈에 반딧불이가 나타났다.
"반딧불이다"하는 어린이의 설레움은 곧 나의 어린시절의 설레임 그것이었다. 반딧불이가 발견된 부락산의 약수터 물이 흐르는 개울은 사람이 다니는 지역으로 수질이 양호하고 가재와 다슬기가 살고 있는 수질 1급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가 동시에 나타나는 백운산의 약수터에는 우리나라의 전통도자기를 연구하는 도예가와 전통도자기를 구워내는 로(爐)가 있어 백운산의 반딧불이와 전통문화의 만남의 장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몇 날 밤을 다니며 평택의 도심지와 부락산, 백암산에서 반딧불이를 찾았다. 어쩌면 혹자에게 반딧불이가 수많은 곤충중의 하나에 불과할 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며 동심 그 자체였다.
그리고 유일하게 밤하늘에 반짝이는 이 작은 곤충을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들도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옛날 어느 가난한 선비가 호롱불이 없어 반딧불이의 빛으로 글을 읽었다는 형설지공의 교훈을 되새기고 밤하늘에 반짝이며 길 안내를 해주던 그 반딧불이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었다.
암컷이 반짝이면 수컷이 더욱 세게 반짝이며 접근하여 짝짓기를 하는 반딧불이가 근래에 농약이나 수질오염으로 사라지고 있다. 반딧불이가 있다는 것은 환경오염이 전무하다는 증거이다. 물이 깨끗해야하고 먹이생태가 유지되어야 하고 땅이 기름지고 농약이 없어야하며 소음과 불빛이 적어야 한다.
평택시에서 발견된 반딧불이는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로 평택시 전역에서는 수십여곳에서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딧불이가 살 수 있다는 것은 다슬기나 달팽이등의 서식이 가능하며 수질이 깨끗하고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었으며 평택시가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도시라는 뜻이다.
이미 무주에서는 반딧불이 축제를 실시하여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무공해 농산물등으로 지역경제에 이바지 할 뿐만 아니라 살기 좋은 무주라는 군민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또한 무주의 반딧불이 축제기간에는 인터넷등을 통하여 미국, 일본등 각 지역의 교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환경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도 평택시에서 발견되는 반딧불이를 보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용인에서는 무분별한 콘크리트의 하천정비에 의해 수많은 반딧불이 서식지가 파괴되었다. 우리는 올해에도 반딧불이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2002년 6월 1일 밤 작년에 반딧불이를 찾았던 환경지킴이 회원, 어린이들과 반딧불이를 찾으러 부락산의 약수터를 올라갔다. 반딧불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약수터 주변의 일부를 콘크리트로 정비하고 반딧불이 유충이 살수 있는 공간이 훼손되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앞섰다. 6월 8일밤 8시에 다시 반딧불이를 찾으러 이곳에 오기로 하고 헤어졌다.
부락산의 반딧불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약수터주변의 나대지를 반딧불이 보호지역으로 활용하고 반딧불이가 왕래하는 논은 농약을 주지 않고 반딧불이가 출현하는 시기에는 반딧불이 보호를 위한 조치가 요구된다.
평택에 사는 반딧불이 서식지환경을 잘 보전하고 소하천에 그 옛날의 반딧불이를 다시 살리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도시를 구현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소하천들이 여러 지역을 거치면서 생활하수와 축산폐수등에 오염되어 하수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음의 여유와 정서를 위한 공간을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평택호에 유입되는 황구지천등이 썩은 악취를 내는 현실을 보면서 인간의 마음도 이렇게 변하는 구나 하는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밤에 잠도 안자면서 부락산에서 반딧불이를 찾으며 기뻐했던 어린이들을 보면서 생명의 숲과 물을 살릴 수 있다는 새로운 기대와 희망이 있었다. 우리는 평택에 흐르는 작은 하천물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물속에 있는 생물이 살 수 있도록 하여 자연과 인간이 서로 도우며 인간다운 정이 넘치는 살기 좋은 평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반딧불이를 찾는 것에 동참하실분을 원합니다.
모이는 장소 : 시청 문예회관
일시 : 2002년 6월 15(토) 저녁 7시 30분
내용 : 반딧불이 서식지의 반딧불이 관찰
반딧불이 설명과 사진 나누어 주기
반딧불이 찾은 경우 연락처 :
655-5250 장순범
019-307-2751 김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