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의 건축이야기
건축디자인과 컨텍스트
2002-06-05 평택시민신문
우리가 봉착해 있는 그 커다란 두 가지 고민, 그중 하나는 급격히 변해가는 문화조류의 국제적 변화를 수용하여 국제적 미아상태에서 벗어나야 하는 문제와 또 다른 하나의 고민은 국적 없는 문화지대로부터의 탈출 즉, 진정한 우리의 문화를 보존 발전시켜야 하는 전통수용의 문제인 것이다.
비록 이는 건축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닌 문제일 것이다.
정치·경제와 미묘한 관계를 맺어 온 우리 건축현실의 국제적 미아상태에서부터 벗어나려는 조급함에서 양적인 건축의 무분별한 수입은 마침내 우리의 도시를 읽을 수 없는 도시로 만들어 버리고 말 것이다.
새로운 도시에 기능만을 충족한 기하학적 얼굴을 하고 있는 건물들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획일적이고 무미건조한 환경을 초래하게 되며, 더욱이 그 형태로 말미암아 건축에 있어서 상징적 의미나 연상 작용을 제거시켜 버린다.
이러한 획일적 건축언어는 지역문화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환경에 대한 혁명적 이미지로 강요된 결과 도시의 시각적 혼돈과 지역문화의 고유성(identity)의 상실, 건축의 의미와 상징성 결여의 문제점을 낳는다.
과거의 가치를 배제하는 이상주의적 자세는 결국 지금까지 성장해 온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는 균형을 취할 수 없는 한계점을 낳는데 이는 콘텍스트를 중시하지 못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 시각적 연속성, 기존건축물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내포하는 건축의 다원적 접근은 우리 도시가 지닌 한계점을 해결해 낼 수 있는 생각이다.
건축 그 자체는 문화의 증인으로 남아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산물로서의 건축문화는 따라서 과거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데에 초점을 맞출 때 건축 그 자체가 개별적 존재로서의 가치보다는 주변의 환경 즉 모든 자연적이며 인공적인 요소들과 함께 사회·문화·역사적 제현상 속에서 이해되고 파악되어 질 때 진정한 건축의 의미와 가치를 지닐 수 있게 된다.
건축의 콘텍스트적 이해는 이러한 차원에서 그 중요성을 띠게 되며 우리의 현대건축에서 고려의 당위성을 갖게 된다.
시각적 인식의 발달과 우리도시의 신·구(Old and New)의 조화에 대한 문제를 환기해 보고 그 판단기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개발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개념을 고민할 때이다. 박범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