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임기 마치고 고향 돌아와 짧은 휴식
농민과 농업 여건 개선할 길 찾아보는 중

□ 인터뷰-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2010-03-03     이철형 기자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의장이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귀향(?)했다.
무거운 짐을 벗어서일까. 지난달 28일 서탄면 수월암리 자신의 배농장 돌팍재농원에서 만난 한도숙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한 전 의장은 1월28일 공식 임기를 마치고, 2월 중순 지리산으로 2박3일 다녀온 뒤 꼬박 1주일을 앓아누웠다. 평소 지리산 사람을 자처 하던 그가 그동안 격무로 인한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산에 올랐다가 사단이 난 것이다. 기운이 돌아왔다고는 하나 얼굴은 핼쑥하고 입주위는 열꽃이 터져 있어 병색이 여전하다. 그래도 집이 좋은가 보다. 함께 한 두 시간 동안 부드럽고 편안한 얼굴이다.


“21일 산에서 내려와 1주일간 앓았어.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아프더라고. 쌓였던 피로 때문이겠지. 오늘은 좀 낫는 것 같아, 괜찮아”하며 웃는다.
오랫동안 농민운동에 앞장서면서 여러 차례 단식과 삼보일배, 삭발을 한 탓에 몸이 많이 상한 탓이다.
한 전 의장은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평택시농민회 회장을 역임한 후, 2000년부터 최근까지 전농 경기도연맹 의장, 경기민중연대 공동대표, 전농 의장까지 10년 동안 중책을 맡아 경기도와 전국 농민·농업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한 전 의장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신중히 생각중이다. 이곳저곳에서 한 전 의장을 찾고 있지만 농민운동에 백의종군 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뿐, 구체적인 속내는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아무리 농민들이 떠들어도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아. 특히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이고 강도 높은 농업 구조조정을 시도하면서 대화조차 하지 않더구만. 이제 우리 농업·농촌문제는 곪을 대로 곪아 아사직전인 상태여서 지금 활로 못 찾으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데도 소통이 안 돼. 그게 안타깝고 그 부분에서 내 역할을 찾아야 되지 않나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답답함은 일반 국민들에게서도 느꼈다고 한다. 쌀수입 반대 등 농민의 입장을 지지하던 여론도 돌아서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 냉담해진 것도 풀어야할 과제다.
그래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농업’에 대한 그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는 당분간 농장에서 일하며 ‘지천명(知天命)’이 아닌 ‘지천명(止天命)’ 하며 하늘(=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