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평택·아산·당진 묶는 통폐합 주장에 반대한다
김기홍 시민기자
행정구역개편 논의가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통합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9개 지역 23개 시·군·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에서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고자 하는 방향은 행정구역의 통합과 광역화인데 문제는 과연 이 같은 방침이 지역민들의 생각과 부합되느냐의 여부가 아닐 수 없다. 통합과 광역적인 관점만이 지역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또한 행정구역개편 논의가 지역민들의 자발적 요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이해득실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지금과 같은 논의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아직 일천한 가운데 섣불리 행정체제를 개편하는 것은 또다시 혼란과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통합과 광역화만이 지역발전의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 또한 되짚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시·군·구의 인구규모는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영국 디스트릭트의 1.6배, 일본 시·정·촌의 2.9배, 이탈리아 코무네의 28.9배, 프랑스 코뮌느의 120.4배나 된다.
서구의 기초자치단체들은 평균 주민수가 5천명 내외이고, 행정구역을 개편한 일본도 7만명을 넘지 않는데,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챙겨야 하는 우리나라 시·군은 평균 주민수가 20만명을 넘는 등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것은 행정기관과 주민들을 더욱 멀어지게 해 주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평택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방행정의 효율성을 앞세워 송탄시·평택시·평택군을 통합하였으나 과연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평택·당진·아산을 하나로 묶어 통합해서 황해경제자유구역의 거대도시를 만들겠다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은 일부 지역의 이익만을 고려한 계획일 뿐, 평택 전체의 미래 청사진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평택·당진·아산지역의 주민정서와 사회·문화적 특성,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통폐합을 추진할 경우 지역 간, 주민 간 엄청난 갈등과 마찰이 불거질 것임은 자명하다. 행정구역의 어설픈 통폐합은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올린 지방자치의 기틀을 통째로 뒤흔들고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행정구역 개편이란 한 번 잘못 개편하면 다시 손대기도 어렵다. 때문에 철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하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수사는 말잔치일 뿐이다.
이제 거대 도시와 개발 담론에서 벗어나 우리 평택의 미래상을 생각해 보자.
도시의 문화적 수준은 그 도시 경쟁력이다. 세계 도시들은 문화와 생태 환경으로 도시 발전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스페인의 이름 없는 작은 폐광 도시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낡은 화력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역시 매년 수백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모리 부동산이 14년간 기획하여 3년 동안 완성한 도쿄 롯폰기 힐은 많은 나라에서 도시 재개발 사업을 할 때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다. 브라질의 생태도시 ‘꾸리찌빠’나 독일의 환경 도시 ‘프라이 브르크’ 등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앞 다투어 찾아와 생태와 환경을 배우기에 바쁘다.
지금 평택은 어떻게 문화적으로, 생태적으로 건강한 도시로 거듭나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