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생명·지역 살리는 공동체운동 돼야
시민 기자의 눈-평택농업 희망포럼을 보고
김 기 홍 시민기자
'지역 먹을거리 운동'(로컬푸드 local food)은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지역공동체 지원형 농업(CSA: Community Support Agriculture)와 이탈리아의 슬로우 푸드(slow food), 네덜란드의 그린 케어 팜(green care farm)과 유사한 개념으로,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운송비가 덜 들어 화석 에너지의 사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며, 지역 내 재화가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신선한 제철 먹을거리가 생산되고 소비된다는 이점도 있다.
이러한,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우리 평택시와 민간이 협력하여 ‘평택 푸드’로 추진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1일 평택농업기술센터에서 ‘평택농업 희망포럼’이 주관하는 제7차 회의에서 이유진 평택농업기술센터 첨단농업기술팀장의 ‘시민식량권 확보를 위한 평택 푸드 추진계획’ 발제가 있었다.
65억의 예산을 들여 평택시 전체 먹을거리에 대한 정책을 수행하는 '평택푸드센터‘를 만들어 △평택푸드화폐 운영 △지역사회지원농업 추진 △푸드뱅크 및 푸드마켓의 운영 △학교급식 등 공공조달 확대 △농민시장 개설 지원 등을 펼쳐 나가겠다는 내용이다. 매우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내용으로 기대하는 바가 크다.
다만, 지역 먹을거리의 공급과 소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에서 다품종 생산이 필요한데, 현재 쌀과 사과·쇠고기·닭고기가 중심인 우리 지역 농업생산구조를 어떻게 학교 및 관공서에 납품되는 식자재 60개 품목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접근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또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우리 지역의 농산물’의 개념 규정도 필요한 대목이다. ‘지역 먹을거리 운동’은 그 지역에 생산되는 농산물을 그 지역의 소비자가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자에게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른다. 또한, 처음부터 유기농 체제로 가기에는 아직 여건 조성이 안 되어 있는 측면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저농약 · 무농약 · 유기농산물과 같은 친환경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껴안는 구조로 가야 우리 지역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우리 지역 농산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사업 초기부터 ‘지역 농산물 먹을거리 운동’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며,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자 하는 영농인들을 육성할 수 있어서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우리 지역의 농산물 개념으로 적극적으로 껴안고 가자는 것은 단순히 내 몸에 좋다는 ‘웰빙’의 차원을 뛰어넘어 우리 지역의 강과 산, 생태를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지역 먹을거리 운동’이 분명 공익적인 가치 운동이며 미래지향적 운동이자, 인간과 자연 모두가 상생하는 생명운동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먹을거리’의 대상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로 그 개념을 구체화해야 하며, 자체 인증센터를 만들고 계약 재배를 시에서 지원해서 친환경농산물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평택농업 희망포럼’에 바라는 것은 ‘평택푸드’ 발족에 앞서 지역에 있는 생활협동조합 활동가, 정치인, 학교 교장, 시민단체, 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홍보와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우리 지역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먹을거리를 통해 농민과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역 공동체 문화를 복원할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말은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진 때는 1987년이었다. 당시의 지산지소 정책은 생활 개선 운동의 일환으로 영양 부족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수산성이 지역의 생산을 장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 정책은 일회성으로 그쳤다.
결국 2000년에 들어와서야 지산지소가 일본에 널리 퍼졌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유 오염 문제였다. 한 식품회사의 우유에 포도구균이 들어간 사건이 있었는데, 사태의 진원지를 파악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또 광우병(BSE)이 일본에서 발병한 뒤, 사람들은 식품의 출처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모르는 곳 보다는 가깝고, 신용도가 높은 곳에서 생산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요구가 커진 것이다.
따라서 일본 민주당 국회의원이자 ‘지산지소’라는 용어를 처음 썼으며 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시노하라씨가 “지산지소는 생산자가 시작한 게 아니라 소비자가 요구해서 생산자에게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한다. 1987년 당시에는 식품의 안전성과 유기농을 부르짖는 사람이 소수였지만 이제 인식이 확산됐다.”라고 강조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