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시대와 평택의 정체성 확립 세미나를 보고

2009-05-20     평택시민신문

‘문명의 교류-평택에서 세계로’라는 주제로 지난 15일 오후 2시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강당에서 ‘국제화 시대와 평택의 정체성 확립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평택 시민들이 우리 지역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여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필요한 행사이자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5월 28일부터 우리 지역에서 열릴 ‘UN 실크로드 메이어스 포럼’을 위해 급조된 행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정체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나’를 인식하는 ‘거울’이자, 어떠한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 설정을 해 주는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히 우리 안에 내면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평택에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인식은 계몽만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로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행사를 통해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한 것이다. 즉, 혜초와 같은 세계인이 되기 위한, 정도전과 같은 개혁가가 되기 위한, 안재홍과 같은 개방적 민족주의자가 되기 위한 교육 문화 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한 실천 작업들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과연 ‘국제화 시대와 평택의 정체성 확립 세미나’가 이러한 실천 작업의 밑거름이 될 지는 의문이 든다.

이날 세미나는 고대, 근세, 근대로 이어지는 평택과 관련 있는 인물들의 사상과 삶을 통해 우리 지역 시민들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그러나 혜초, 정도전, 안재홍과 같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에 대해 제한된 시간 안에 다루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주제이었다.

그러다보니 발제자들이나 토론자 모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들의 사상과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기 어려웠다.

 이번 ‘UN 실크로드 메이어스 포럼’에서 혜초 기념비가 세워진다고 하는데 혜초의 삶에 대한 설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혜초의 실크로드 출발점이 지금의 평택인가에 대한 고고학적, 문헌학적 탐구가 필요한 것이었다.

또한, 정도전의 삶보다 역시 중요한 것은, 평택 지역과 정도전이 어떻게 관계 맺느냐 하는 점이었다. 정도전의 후손들이 지금 평택에 살고 있고, 정도전 사당이나 삼봉집이 평택에 있다는 점만으로 평택의 정체성과 관련이 되겠냐 하는 것이다.

또한, 안재홍의 개방적 민족주의가 오늘날 우리 시민들에게 무엇을 시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한 깊이 있는 발제와 토론이 아쉬웠다.

또한, 이날 강연회는 대부분 행사 관계자나 문화재 지킴이 어르신들로 ‘자리를 채웠다.’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발제자가 말했듯이 이러한 자리는 교사와 학생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은 스승의 날로 많은 학교들이 학교장 재량활동 등으로 시간을 정해 학교 일정이 대부분 교외 활동으로 진행되었다. 미리 사전 조율을 해서 학교 교사들과 관심 있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곳곳에 있는 우리 지역 내의 문화재를 아끼고 돌보는 청소년이 있는 곳, 자전거 도로를 통해 자전거로 직장이나 학교로 가는 사람들의 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은 곳, 평택호와 안성천이 생태공원화 되어 있는 곳, 평택 슈퍼 오닝 쌀과 모든 작물을 완전 유기농으로 재배하여 세계로 수출하고, 모든 학교에 유기농 식자재를 공급하는 곳, 혜초 · 정도전 · 안재홍 장학금이 있어 저소득층에서도 마음껏 대학 교육까지 시킬 수 있는 곳, 명문대학만을 보내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아니라 학생들의 재능과 잠재력을 일깨우는 열린 교육이 펼쳐지는 학교들이 많은 곳……. 이러한 곳이 평택이라면 혜초 · 정도전 · 안재홍이 꿈꾸던 삶과 이상이 오늘날 우리 지역에서 활짝 꽃피는 것이 아닐까.

김기홍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