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논단>무엇보다 중요한 식량자급
2002-04-12 평택시민신문
국내 경제가 건설경기를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농촌 마을마다 40대 이상의 농민들은 새벽부터 공사현장으로 일을 나간다. 그래서 지금 한창 못자리를 준비할 시기에 농촌은 인력이 부족해서 애태우고 있다.
며칠 전 서울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평택으로 봉사활동을 왔다. 자식 같은 아이들이 그것도 농촌이라고는 생소한 아이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또 비록 한나절 동안이지만 그들이 체험이 이후 얼마나 소중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작년 가을 이후 초유의 쌀값 대 폭락을 경험한 농민들은 올 농사를 시작하는 지금까지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고품질 쌀 생산'. '농지규제의 완화', '벼 경작면적 축소' 등의 쌀 대책을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빠진 대책이기에 그 실효성과 장기적 관점에서 많은 농민들과 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쌀 대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알맹이는 식량자급의 문제이다.
쌀은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의 식량이며 통일을 대비한 전망 속에서 7천만 민족의 먹거리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의 농산물 자급율은 25%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쌀을 제외하면 10%대도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쌀마저 외국의 쌀에 잠식당한다면 이후 식량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실제 세계 쌀 생산량 중 우리나라사람이 먹는 종류의 쌀은 11%에 지나지 않으며 수출이 가능한 나라도 미국, 호주, 중국뿐이며 그 양은 200만 톤
뿐이다.) 또한 통일을 앞두고 지척의 이북동포의 먹거리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둘째는 쌀의 경제외적 가치인 다원적 기능에 대한 주요성의 문제이다.
실제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살 농사 103만 ha의 홍수 조절기능은 약 12조 2천억 원, 수자원 함양가능은 3천억 원, 토양 유실경감 기능은 1천억 원, 대기정화기능은 2조∼5조원 수질정화기능은 5천억 원∼1조 2천억 원 등이며 그 액수는 무려 15조원∼18조 9천억 원으로 쌀의 순 경제적 가치보다 높다고 한다. 이는 식량안보, 자연경관 유지, 생태계보존, 전통문화계승, 지역사회유지 등의 다원적 기능은 제외한 가치이다.
일부에서는 농민들이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수매가격만 올려달라며 소탐대실(小貪大失)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누가 농업과 쌀 농사를 놓고 소탐대실 하는지 따져 볼 일이다.
이제 우리의 쌀 산업은 정말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서 있다. 이는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그리고 농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갖느냐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다. 지난 10년전 전 국민이 모아주었던 "우리 쌀 지키기 범 국민운동"의 역동적인 일체감이 필요한 때이다. 그리하여 2004년 살 재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정부가 민족의 장래와 국민의 건강을 충분히 고려하여 협상에 나서고 쌀 산업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방도를 내와야한다.
우리 평택 5만 농민들이 35만 평택시민의 먹거리를 온전히 지켜 내겠다는 굳센 의지와 사명감은 바로 35만 평택 시민들의 농업, 농민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에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