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하나의 소중함
[기고]송탄로타리 제1회 학생 봉사 체험수기 공모전 대상
송탄여자고등학교 2학년 2반
봉사활동은 계속 해 온 일이라서 다른 나라로 가는 봉사라고해서 별다를 것 없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이번 경우는 전혀 다른 생소한 경험이었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던 수준이 아닌 할아버지 세대가 어린 시절에 경험 했을 것 같은 환경이 있다는 것에 지구가 정말 넓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샌드위치를 받기 위해 몸싸움을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과거 우리나라의 6.25때 미군들의 짚차를 향해 달리던 꼬마들의 줄달음질이 이랬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오지마을 방문 당일의 새벽에 일어나 소세지와 버터소스만을 바른 샌드위치를 각각의 봉투에 나누어 담았다. 단순했지만 필리핀에서 구할 수 있는 음식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나마 그 오지마을 사람들에겐 아주 귀한 음식이란다.
전기나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아주 깊은 산속의 마을의 문명과 거리가 먼 그곳 사람들에게 맛있는 빵을 맛보게 하려는 수녀님들의 배려가 느껴진다. 차도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사람도 쭈그리면 들어갈 것 같은 큰 박스 세 개에 담고 힘겹게 들고 가야 했다. 차가 갈 수 있는 도로가 없기에 한여름의 태양을 머리에 그대로 받으며 힘겹게 걸어가는 여정이었다.
맨손으로 걸어도 힘겨운 그 길을 무거운 짐과 함께 걷다보면 종착지를 자꾸 묻게 된다. 길옆 나무에 붙어있는 이구아나가 보였지만 길이 울퉁불퉁하여 오래 한눈을 팔수가 없다. 흘러내린 땀은 식는 순간에 시원함도 주기에 인생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것도 배운 것 같아 좋았다. 계속 지옥 같은 느낌이라면 희망을 떠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서로를 격려하며 얼마나 걸었을까 일행들의 얼굴이 다 지쳐 보일 즈음 드디어 민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더 깊은 마을까지 계속 가야한다는 수녀님의 말씀에 우리는 더욱 더 힘을 보태어 분발했다.
우리 봉사단의 목적은 더욱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이고 그들이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입구에서부터 알고 따라붙는 사람들의 행렬이 우리 뒤로 이어져서 계속 가다보니 끝없는 한 줄이 되어 우리를 격려하고 힘이 되어주었다. 간디가 소금을 만들러 바닷가로 걸어 갈 때 하나둘 따라하는 행렬이 끝이 없었다던 구절이 생각날 만큼 깊은 감동의 장면이었다.
이 사람들에게 난 빵을 주러 온 게 아니라 삶을 살아갈 도리를 배우는 기분이었다. 도착한 순간, 놀라울 정도의 검은 피부의 원주민들이 잠깐 사이에 구름떼처럼 몰려와 서로 앞에 서겠다고 몸싸움을 한다. 그들은 그렇게 절박함을 느끼게 했다. 원주민들은 서로 몸싸움을 하면서도 어린아이들은 무조건 줄 앞에 세웠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많이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음식 배급이 시작되어 샌드위치와 소시지를 담은 봉지가 원주민들의 손에 차례차례 쥐어졌다. 손자도 따로 받기를 바라던 할아버지도 계셨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식량 제공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더 주지 못했다. 거대하게 느껴졌던 세 상자에 이르는 분량은 그렇게 많이 준비했는데도 샌드위치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생겼다.
자기 앞에서 배급이 끊기자 임신한 나이든 할머니는 야윈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우리들에게 사정을 했다. 말은 안 통해도 할머니의 생존을 위한 몸짓의 안타까움에 가방에서 꺼내드린 바나나로는 부족한지 그 할머니께서는 더 달라고 애원하며 우리가 차를 타는 곳까지 쫓아왔다. 차 안을 뒤져 겨우 찾아낸 샌드위치를 받고 돌아서는 할머니의 쓸쓸한 뒷모습에 눈물이 났다. 분명 모든 사람을 도와주러 온 건데 누구는 도와주고 누구는 못 도와주고 너무나 안타까웠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 많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셨다는 예수님의 기적의 능력이 그곳에 필요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대화가 없어도 주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나 아무 말이 없어도 그들의 절박함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번 봉사활동은 나 자신을 찾은 소중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전에는 막연한 생각으로 교사나 국제기구의 직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번 필리핀에서의 봉사활동은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절실한 사람들이 수 없이 많음을 일깨워주었다.
“유니세프의 직원이 되고 말리라”는 명확한 목표는 대학입시가 1년 남은 시점에서 진로 결정이 되어 필리핀의 깊은 산속에서 명확해지고 있었다. 누군가 봉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되어 내민 손 따스하게 맞잡아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나 스스로 단단해지고 굳세져야 한다고 다짐한다. 나무는 햇볕이 뜨거울수록 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낸다. 내가 먼저 튼튼한 나무가 되어 지구의 소외된 이들에게 그늘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강한 햇볕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의지강한 성장을 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이별의 시간이 되어 서운한 마음에 가까이 있던 아기를 품에 안고 찍었던 그때 사진 속에는 우르르 몰려와서 함께한 동네 아이들도 있다. 시간이 지나 계절이 바뀐 지금도 사진속의 아기는 맑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고 내 뒤를 가득 메운 마을 아이들의 하얀 이가 나를 격려하는 듯하다. 그들의 해 맑은 얼굴들은 물망초처럼 "우리를 잊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