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논단>"이름"을 위하여
이 수 연 평택예총 회장
2002-03-06 평택시민신문
통합 본 뜻 살리는 이름 함께 고민해야
'이름'을 뜻하는 한자어 '명(名)'은 저녁 석(夕)자 밑에 입 구(口)자가 붙은 글자이다. 저녁에 입으로 소리낸다는 뜻이다.
어림도 없는 한자 실력이지만 '명(名)'자에 대한 이렇게 풀어보는 것은 저녁 무렵, 그러니까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사람을 구분할 수 없을 때 입〔口〕으로 소리내어 자기를 밝히거나 상대가 누구인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서 물어보아야 했기 때문에 생긴 글자라는 생각에서이다.
이 이름(또는 명칭)에 관한 한 우리 평택은 여러 가지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95년도에 도농(都農) 통폐합 정책에 따라 구 평택군, 평택시, 송탄시가 통합되면서 통합 시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이야기가 오간 끝에 옛날부터 송탄과 평택은 같은 '평택군' 있던 한 뿌리였다는 것을 토대로 '평택시'로 결정했다. 그러나 송탄 지역 시민들은 시 승격이 제일 빨랐던 송탄의 자존심과 도시 형성과정 및 지역정서가 확연히 다른 것을 고려치 않고 내린 결정이라면서 상당한 반발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최소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동안에 거명되었던 '평송'이라는 이름으로 결정되었어도 덜 서운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문제는 통합과정에서 빚어졌던 내용을 잘 아는 이의 경우 더욱 실감하는 말일 것이다.
새삼 이것을 거론하는 것은 지역주의를 부추기자는 의도가 아니다. 이미 '평택시'는 통합이후 많은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훌륭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다시 불거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렇듯 크고 복잡한 내용의 이름에서부터 작게는 상가(商街)가 밀집한 지역의 골목길에 붙이는 이름들까지 한 번쯤은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어서 거론하는 것이다.
'명동거리'는 그나마 이해하지만 오렌지 족이니 낑깡 족이니 하는 퇴폐성의 대명사격인 '로데오거리'라는 이름을 아무런 여과 없이 수용해야 하는가? 북부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시민의 숲이자 체육공원이 '불악산(佛樂山)'이냐 '부락산(負樂山)'이냐를 따져 제 이름을 찾아 줄 필요는 없는가? 평택, 송탄, 안중문예회관의 명칭을 남부, 북부, 서부 문예회관으로 바꾼 것이 적당한 것인가? 행정구역상으로는 없어졌지만 현실적으로는 존재하는 '송탄'의 명칭이 외부의 도로표지 판에는 아직 남아 있는데 우리만 '관광특구' 앞에, 또는 기차도 서지 않아 흔적도 없는 송탄역을 앞세워 도로표지판 붙이는 편법(?)으로 송탄을 알려야 하는가? 이를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평택시(송탄지역)'정도로라도 표기할 수는 없는 것인가? 등등
그렇지만 이런 문제는 실상 예술을 한다는 사람이 나서서 주제넘게 거론할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 예술분야에서 통합이후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사벌'이란 이름은 한 번쯤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소사벌 국악대공연' '소사벌 미술대전' '소사벌 축제' '소사벌 풍물경연' '소사벌 예술제' 등등.
아직도 그 어원은 알지 못하지만 소사벌의 의미가 안성에서 안중까지, 안성천을 끼고 뻗은 평택평야를 지칭하는 말이라는 것은 알게 된 것이 평택예총 통합이후인 것이 필자의 경험이다. 안타깝게도 소사벌은, 평택 남부지역에서는 익히 알려진 이름이지 몰라도 북부에서는 전혀 생소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부 남부 서부 평택을 아우르는, 또는 평택을 대표하는 행사에 일부에서 통용되던 이름을 아무런 의견 수렴이나 합의 도출 없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통일성 내지 대표성을 부여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 제기는 분명 속 좁은 피해의식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평택시민 축제에 이름을 부여한다고 할 때 '소사벌'이라는 이름이 결정되었다고 하자. 현재 시청을 중심으로 하여 교육청, 경찰서, 법원, 검찰청 등등 하다못해 백화점까지 행정과 교육과 경제의 중심 축이 남부 평택에 집중된 상황에서 어쩌면 '소사벌'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 평택을 대표하는 행사명에 송탄지역의 대명사인 '부락'을 채택했다면 여론이 어땠을까? 공평하게 어느 행사는 '부락'으로, 어떤 행사는 '소사벌'로, 이름이 필요할 때마다 한 가지씩 교대로 붙이자고 할까? 다툼의 소지가 있을 때 어느 한 가지가 타당성을 지니려면 다른 것에도 형평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형평성을 논하고자 함이 아니라 이제 통합에 걸 맞는 이름을 찾아 평택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키우고 이를 통해 통합의 본 뜻을 더욱 공고히 할 때라고 생각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감히 문제를 제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