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털어 부품 마련하며 연구열 불태워
<이사람> 제6회 경기중소기업 대상 기술혁신분야 수상자 유 원 근 씨
2002-01-14 강경숙
주인공은 평택시 고덕면 해창리에 위치한 (주)휘닉스디지탈테크(대표이사 김정호) 유원근(29세) 주임으로 자동화사업부 SMD제작팀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호리호리하고 홀쭉하고도 순진한 모습이 느껴진 유주임은 어찌보면 마냥 나이어린 미소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인터뷰에 응하는 자세는 누구보다도 차분하고 진지하다.
유원근씨는 "20대의 나이에 과분한 상이고 여러 선배님들이 많으신데 받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수상소감을 말한다.
제6회경기중소기업대상을 수상한 결정적인 요인은 기술혁신분야에서 '스크린 프린터'장비를 개발한 것이다. 이것은 국내에서 지금까지 수입품에 의존해 왔던 장비였는데 수입품에도 없는 비전시스템기능을 추가했다. 이 기능은 PCB(기판)에 부품을 놓기 전 납을 바른 후 부품을 올리는데 프린팅 후 눈으로 검사하는 대신 비전시스템(화상인식카메라)을 장착해 검사를 거치는 것이다.
유원근씨는 이 비전시스템을 위해 개인돈을 투자 비전보드를 사서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비전보드와 전문서적을 갖고 씨름했고 회사에서는 거의 살다시피 했다. 전문서적의 태부족으로 책을 구하기도 싶지 않았고 구했어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했다. 그래도 안되면 삼성전자 관계자들이나 관련된 부서의 과장님들을 찾아 자문을 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주임이 비전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8년 타회사에서 자신이 다니는 회사로 수주가 들어와도 할 사람이 없어 일본의 업체로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부터이다. 일본에서는 할 수 있는데 왜 여기서는 못하나 하는 아쉬움이 한번 도전해서 이뤄보겠다는 욕심으로 커져나갔다. 그의 연구는 잠을 자는 꿈속에서도 계속됐다. "어떻게 해서든 꼭 성공시켜 보고 싶은 생각이 깊고 낮이나 밤이나 몰두하다보니 꿈속에서도 계속 비전보드 갖고 씨름을 하더라구요"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그의 말속에서 비전시스템에 대한 그의 속마음이 얼마나 진한지 알 수 있었다.
유주임의 이런 끼와 욕심은 동일공고를 다니던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기능사자격증을 5개 따고 경기도 기능올림픽 학생부문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98년도에는 MR head(하드디스크 헤드) 솔트 머쉰 설비를 완성시키면서 자신감이 생겨 계속 이어진다.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의 연구는 더 힘이 들고 고달펐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도 않았지만 그럴때마다 평상시 정신을 모으로 건강을 단련시키는 단전호흡을 하면서 이겨나갔다.
어렸을 때 부모를 일찍 돌아가셔 조부 슬하에서 자란 유원근씨는 '행복은 행복할 때 지켜라', '노력해서 안되는 일은 없다'라는 생활신조를 믿는다. 결혼한 지 얼마 안된 그는 매일 늦어도 한 번도 싫은 소리 안하는 아내가 그저 고맙기만 하다.
"지금처럼 계속 장비개발쪽으로 작업하고 공부하고 싶습니다. 비전시스템을 많이 하는 사람이 없어 기술전파 통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내가 개발했다해서 저만의 것은 아닙니다. 같이 공유하고 연구하다 보면 그 과정속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신기술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굳게 믿으면서 오늘도 차세대 시스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