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방아> 목인석심(木人石心)

이 성 춘 <본지객원논설위원>

2001-12-27     평택시민신문
중국 진나라때 하통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학식이 넓고 웅변을 잘해 많은 사람들이 그의재주와 능력을 아깝게 여겨 벼슬을 권유했으나, 욕심이 없고 담백한 하통은 번번이 거절하곤 했다.

한번은 태위라는 벼슬직에 있던 친구인 가충이 '하'통을 이용하면 그의 재간과 학식으로 세력을 휘감아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하통을 설복하기로 작정했다. 그리하여 자신이 이끄는 군대를 소집하여 완전 무장시키고는 하통에게 열병을 하도록 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내 부탁을 들어 벼슬을 맡아 준다면 이 많은 군대는 모두 자네가 지휘하게 되는 거야. 어떤가, 위무가 당당하지 않은가?" 그러자 하통은 "그렇구먼, 군대가 위풍이 있고 사기가 충만해 보이는군. 한데 난 취미가 없어"라고 담담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가충은 실망을 하면서도 끈질기게 '네가 권세에는 흥미가 없지만, 돈과 계집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요염한 미희들을 불러 들여 나비가 꽃 위를 나르듯 춤을 추게 하고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건 보통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네. 자네가 나서 준다면 이들 미희들은 다 자네의 소유일세" 하고 또 다시 벼슬을 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됨이 깨끗한 하통은 눈앞에 있는 미희가 보이지 않는 듯 의지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가충의 충고도, 갖은 유혹도 하통의 마음을 전혀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이에 가충은 하통을 가리키며 "정말로 나무로 만든 사람에 돌로 만든 마음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목인석심(木人石心)은 의지가 굳어 어떤 유혹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로 쓰여지고 있다.
얼마 전 우리 평택시의회 의장선거와 관련하여 의장 및 시의원 여러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시의회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는 대형사건이 발생했다.

지역주민 모두에게 크게 실망감을 안겨준 이번 사건을 놓고 시민단체 등 각계의 비난이 시의회에 연일 쏟아졌지만, 최근 평택시의회는 의장을 새로 선출하고 의원 개개인이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짐하는 '윤리강령'을 제정 발표하면서 그동안의 면모를 일신하겠다고 나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여론이다.

윤리강령의 주요내용은 ①양심에 따른 직무수행 ②청렴한 생활과 품위 유지 ③직무와 관련된 사사로운 이익배제 및 타인을 위한 이득 알선 금지 ④토론을 통한 합의 모색 ⑤민주시민 정신 함양 솔선수범 등 5가지 이다.

의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시의 4천5백여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 및 결산안의 승인, 주민청원과 진정 처리, 법령 범위 내에서의 조례 제정·개정·폐지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집행기관에 대해서는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 동의, 승인 보고 등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주민을 대표하는 민의 결정기구이다. 그야말로 우리지역의 최고 중요한 현안을 다루는 주민의 최고 의결기관인 것이다.

사실 각종 개발, 신규사업 등의 중요정보를 가장 먼저 다루는 기관이기 때문에 시의원 자신이 이재를 먼저 앞세운다면 많은 의혹이 불거져 나올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시의원이 되면 한몫 잡을 수 있다는 소문까지 나오는 것이다.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헛소문이다. 단지 그럴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시의원은 정치인이다. 비록 제도적으로 아직은 무보수 명예직이긴 하지만, 사회적 추세로는 어엿한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행동 하나, 말 한 마디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이끌어 가는 지도층과 그들을 믿고 따르는 주민들 간에 신뢰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공자의 문하에 있던 노나라 실권자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러자 공자는 한마디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이라고 대답했다. 정치는 바른 것이다. 그대가 아랫사람과 백성을 거느리기를 올바른 것으로 하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 그대가 착한 일을 하고 싶어하면 백성들은 스스로 착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기 마련이다. 결국 윗사람의 행동에 따라 아랫사람도 같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바람은 동쪽으로 불면서 풀은 서쪽으로 눕기를 바란다면 이는 이치에 어긋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우리 시민들은 시의원들의 새로운 각오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목인석심의 마음기준을 갖는다면 큰 어려움이 없이 의원의 소임을 다하리라 믿는다. 임오년(任午年)을 새롭게 맞고 싶은 평택시의회에 거는 신사년(辛巳年)의 마지막 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