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사> 사랑 넘치는 지역공동체 우리 모두의 몫

(김 기 수 본지 발행인)

2001-12-27     김기수
다사다난했던 2001년 한해도 저물어 간다. 진부한 말이지만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일은 모두에게 소중한 자기성찰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인의 입장에서 지역사회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지만, 웬일인지 올해를 보내면서는 각별한 느낌이나 소회가 적다. 다들 어려운 현실에서 뒤돌아보지 않고 하루하루 당면한 일들을 처리하기에도 급급한 우리네 모습이고 보면 연말이라고 해서 특별한 감흥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 지역사회의 지난 1년은 활기차게 움직인 한해였다. 불법야적과 침출수 유출 등의 책임을 물어 금호환경(주)를 폐쇄하라는 주민들의 집회와 시위가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고, 오랜 침체를 뚫고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하던 평택항은 난데없는 '당진항 분리'문제로 새로운 소용돌이에 휩싸여 연말 지역주민들을 불안하게 해 주고 있다. 평택시의회 의장이 의장선거와 관련된 금품 수수 혐의로 법정 구속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고, 해결기미를 보이던 '에바다 사태'는 구 재단측의 반발로 다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강한 반발에도 대형할인매장 이마트가 개점해 중소상인들의 걱정이 커지기도 했고, 쌀값문제로 농민들의 근심이 어느 때보다도 큰 한해이기도 했다. 반면, 평택호 예술관이 개관되고 백남준 비디오아트 특별전이 개최돼 지역 문화 예술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고, 합정동에 대규모 청소년수련센터가 준공돼 청소년의 휴식과 놀이문화, 전인교육을 위한 기반을 만들기도 했다. 이밖에도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장애인복지회관 문제가 원만히 타결돼 장애인복지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등 지역사회에서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어떤 것들은 잘 매듭이 되어졌고, 어떤 일들은 해를 넘기며 지역사회의 중요현안으로 계속 등장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는 시장과 시·도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있고, 월드컵 대회, 대통령 선거 등 굵직굵직한 일들이 많다. 새해가 시작되면 지역 사회는 선거 분위기로 바뀔 것이고, 시장은 누가 되어야 하고 누가 시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등 선거 이야기로 한동안 시끄러울 것이다. 이런 저런 이슈를 따라다니다가 혹은 내키지 않는 남의 집 잔치에 자신도 모르게 끼어들어 자칫하다 시민들은 자기 중심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혼란스럽게 보낼 공산이 크다. 지역 사회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언론도 이 과정에서 한 몫 단단히 할 것이다. 새해를 앞둔 올 연말은 어쩌면 폭풍 전야의 고요함인지도 모르겠다. 격동의 새해를 앞둔 숨고르기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황하게 열거했지만, 이 모든 사실이 뜻하는 것은 공무원이든 정치인이든 평범한 시민이든 평택이라는 한 지역을 공통의 연고로 해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같은 구성원으로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유기적 관계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한해를 보내며 정말 특별히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평택시민 모두는 공동 운명체라는 평범한 사실에 대한 자각이다. 이 공동체를 정말 아름답고 특별한 공동체,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며 사랑과 믿음이 넘치는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는 일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해야할 일이라는 평범한 사실 말이다.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가정과 이웃에 더해 이 공동체를 어떻게 하면 더 화목하게 만들 수 있는지 한해를 마무리하며 한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 한다. 한해동안 열심히 뛴 모든 분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연말연시가 되시길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