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택호 예술과 개관과 백남준 비디오 아트 특별전

이 상 권 <상명대 미학, 미술사>

2001-12-10     평택시민신문
1. 박남준의 "신명(神命)의 놀이판"-실속없는 억지 자존심보다는 협화(協和)의 자긍심이 시작되는 계기

80년대 지구화·세계화의 구호가 민주화 욕구와 어울려 변화를 요구하며,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 속에서 문화의 특수성과 보편성 논란이 커지고 있을 때 백남준은 전설적인 영웅과 천재의 풍모와 <1984 Good-morning Mr. Orwell>이라는 전세계적 네트웍작품으로 한국에 신선함과 충격으로 대중문화에 소개되었다.

그는 한국적이면서도 새롭게 해석·조합된 소리와 영상 이미지의 반복·중첩 등의 기법으로 즐거운 시청각 경험을 제공하면서, 지속과 기억으로서의 예술적 시간개념을 소리와 공간 이미지로 변형시켰다. 그의 비디오 미술은 전자영상화된 음(音)이며, 색채와 빛과 그림자의 이미지 구성은 음악을 전시·설치시킨 것이다. 대중문화가 극단적으로 소비되는 사회로 이행하면서, 그 매체인 TV가 '인간을 위한' 기술로 작용되기를 바라는 그의 독특한 방법에 의해 음악과 미술이 접목·화해되면서 서구의 전통예술이론과 놀이로서의 예술이 각 문화의 특수성과 어우러져 즐거운 영상들은 우연을 가장한 교묘한 고안물이면서도, 새롭게 문명화된 자연으로서의 TV의 한 방향을 제시하면서, 세계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논리나 이미지로써 한국인의 자존심과 위상을 올리고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협화(協和)로서의 자긍심을 불러 일으켰다.

2. 평택호 예술관-정체성 찾기 위한 노력과 민주와 참여라는 비전(Vision)의 제시

특이한 발상으로 시작된 평택호 예술관이 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개관하게 되었다. 이국적이면서도 유별나 보이는 밋밋한 피라밋 외형은 삼천년 이상을 유지해 온 지극히 단단하면서도 기하학적 단순성을 지닌 문명의 초기 모습이다. 그 속에는 굳건한 생명력과 질서·규칙·엄정성(嚴正性)이 있으며, 조화·균형·다양성의 통일이라는 인류의 이상향인 민주개념의 단초를 규범과 조화시키는 이상적인 단순미가 숨어 있다. 이제 첫걸음을 시작하는 평택호 예술관의 외형에 대한 사소한 논란은 더 이상 긍정적이지 않다.

이번 개관을 계기로 관광문화·지역문화가 통합되어 지역민들의 문화향수(文化享受) 동참의 장이 마련되기를 꿈꾸어 본다. 창작과 감상의 예술과정이 접촉이나 워크샵(workshop) 형태의 진지한 참여 등을 통하여 미래적 문화예술 교육 속에서 현재 생활의 멋을 즐기면서도, 예술원리가 체득되면서도, 문화적 민주주의가 자연스럽게 습득되며, 다양성이 인정되면서도 상호 존중 속에서 정서적 안정을 이루게 하는 노력이 계속되면, 평택의 새로운 정체성이 자연스레 확립될 것으로 본다.
평택호 예술관은 새로운 모습과 구상으로 그런 사회로의 자연스런 변모를 촉구하는 비전을 다양한 장르의 형식 실험을 통하여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면서 계속 제시해야 한다.

3. 새로운 평택에의 꿈-평택호 예술관, 평택항, 서해대교, 아산만

현재에도 청소년센터, 복지회관들, 사회사업용 시설, 기존의 문예회관 등 생활주변에는 많을수록 좋은 다양한 시설들이 꽤 있는 편이다.
평택호 예술관은 그런 시설들과는 차별화된 운영, 기획, 전시가 필요하게 되었다. 외부의 탁월한 작품을 직접 소개시켜 지역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고급예술의 접촉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자부심은 오히려 모험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운영 지원 조례의 정비, 운영 참여 자문기획기구 등의 지혜를 모아서 미래 지향적 방안이 수립된다면, 지금까지의 문화부, 경기도, 경기문화재단의 도움이 더욱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제 다양하면서도 고유한 문화상품, 휴게, 숙박, 교통 등의 연계, 박물관개념의 도입, 환경과의 조화, 놀이 개념이 보완되어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등이 어울리는 테마공원이 평택호 예술관과 함께 시작된다. 잘 개발된 새로운 안중 신도시계획과 아산만권의 종합레포츠단지 계획이 차근차근 실천되고, I max 영화관, 서해대교 모형, 조각공원, 바람개비 군락이나 풍차, 경비행기 훈련장, 수상비행장, 평택호 둔덕 소형관광철도 등이 첨가되면 더 바람직하다.

새로운 이미지로서의 평택의 신시대는 사고나 발상의 근본적인 전환을 통하여 새로운 연대개념을 예술·환경·교육·도시계획·지역사회개발 등에 스며들게 해야한다. 지금 평택호 예술관은 그러한 결단의 중심축에 서 있다. 이상을 가지고 꿈꾸며 그 바람직한 비전이 이루어지게 해야한다. 제대로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