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가 밝은 이유

조 순 (전 경제부총리)

2007-01-10     평택시민신문

오랜만에 중국 북경을 방문했다. 좋은 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화려해지고, 교통 혼잡이 가중된 것을 제외하고는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 외모보다는 오히려 경제, 외교, 문화면에서 이 나라가 보이고 있는 활기있는 모습을 찾고자 했으나, 이것도 겉으로 나타날 리가 없었다.

이 나라 경제발전의 폭과 속도는 세계 역사상 전례가 없다. 2006년의 GDP 성장률은 10% 이상이며, 외화 보유고는 1조 달러를 상회했다. 앞으로 11차 계획대로 8% 수준의 감속은 있겠지만, 여전히 고도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올림픽 후에는 경기 후퇴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나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나라는 긴 숨고르기를 하지 않고 달릴 것이다.

경제보다도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이 나라 외교이다. 우르무치시에서 열린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를 포함하는 상해그룹의 회의, 광동성에서 열린 동남아 나라들의 고위층 회의 등은 모두 중요한 회의였다. 아프리카 48개국 중 대부분의 국가원수 급 수뇌부가 참석한 중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일이었다. 교착상태에 있던 6자회담의 속개, 미국의 폴슨 재무장관을 포함하는 미국 장관 7명과의 전략경제협의 등도 전례 없이 획기적인 일이었다. 북경은 완연히 세계 외교무대의 가장 화려한 센터 중의 하나가 되었다.

중국의 CCTV는 지금 15세기 이후 세계에 나타난 9개 대국(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미국)의 부침(浮沈)의 역사를 내용으로 하는 시리즈를 방영하고 있다.
CCTV가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약 3년이 걸렸는데, 그것을 구상한 것은 거의 후진타오 주석이 등장한 직후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중국이 앞으로 경제·문화대국이 됐을 때, 국민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유도함에 있다고 보인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원시적인 비전이 엿보인다.

중국은 또 금년 초부터 전국 주요 도시에서 ‘문화창의산업박람회’를 개최해오다가 12월 10~14일에는 마지막으로 북경시에서 그것을 개최한 바 있다. 이 박람회의 일환으로 ‘문화창의산업발전국제포럼’이 열렸는데, 나는 주제강연을 위촉받았다. 나는 이 요청에 따라, ‘중국경제발전의 문화적 기초’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행한 바 있다.

이 박람회와 포럼의 목적은 중국이 원하는 발전은 단순한 GDP 성장이 아니라, 가급적이면 문화적인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는 취지인 것 같았다. 중국이 역사상 개발해 온, 해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문화적인 요소를 산업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또 중국인이 가지는 문화 창의성을 개발함으로써 문화대국으로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경제학에서 이노베이션이라 하면 항상 IT나 BT 등 과학기술의 발전을 연상하는데, 중국은 거기에다가 문화적인, 이를 테면 미술, 음악, 연극, 문학 등의 콘텐츠를 담아서 중국산업의 내용을 풍부히 하자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에도 중국의 원시적인 비전이 엿보인다.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세기인 동시에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을 예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경제에는 어두운 점도 많다. 어두운 점은 주로 자연환경에 관한 것, 이를 테면 나라의 지형에 균형이 없는 점, 수자원이나 에너지자원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강력한 이웃나라들이 이 나라를 둘러싸고 있어서, 안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아무튼 중국은 지금까지 원시적인 비전을 가진 정부를 만나서, 밝은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좋은 비전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정부, 언제 어디에서나 이것이 나라의 가장 큰 보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