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방아> 관포지교(管鮑之交)
이 성 춘 본지객원논설위원
2001-11-12 평택시민신문
포숙은 제나라의 공자 소백(小白)을 섬겼고, 관중은 공자 규(糾)를 섬겼는데 후계자 싸움에서 소백이 이기면서 경쟁자였던 규는 살해되고 관중은 죄인의 몸이 되었다. 그러나 포숙은 오히려 관중을 등용하도록 소백에게 천거해 관중이 제나라 국정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이다.
관중과 포숙은 무얼 하든지 항상 같이 행동했는데, 포숙은 관중의 뛰어난 재능에 늘상 탄복했지만 간혹 두사람 사이에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도 항상 서로 양보하고 서로를 천거하는 미덕을 가짐으로써 끝까지 우정을 지켜 오늘날 까지도 사나이 끼리의 깊은 우정을 일컫는 말이 됐다. 관중은 사기(史記)의 관중열전(管仲列傳)에서 나를 낳아 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주는 이는 포숙이었다 고 술회하기도 했다.
평택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김선기 평택시장(16회)과 송명호 박애병원이사장(20회) 사이의 우정을 놓고 세간에 얘기가 많다.
송이사장은 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김선기 평택군수를 도와 그의 시장 당선에 도움을 준데 이어 98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도 그의 당선을 위해 막후에서 역할을 함으로써 두사람 간의 우정은 끈끈하게 굳어져 갔다. 이후에도 두사람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중대한 사안은 말할 것 없고, 사사로운 일까지도 서로 터놓고 상의할 정도로 가깝게 지내 주위로부터 많은 부러움을 살 정도였다고 한다.
두 사람의 성장 배경을 보면 김시장이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행정고시, 회계사를 거쳐 평택시장에 이르는 전형적인 입신양명의 길을 걸어온 반면 송이사장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우리지역 우수 기업의 경영인의 자리에 이르는 귀족형의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이처럼 전혀 다른 성장배경을 갖고 있지만 우리지역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는 두 사람 간의 신뢰와 우정은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한편 3개시군 통합 당시 다소나마 불안정했던 지역의 분위기를 조기에 안정시키는데 나름대로 작용해 왔다.
그런데 평생 지켜질 것 같던 그 우정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송이사장이 그동안 회장을 맡고 있던 생활체육회와 김시장이 맡고있는 체육회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서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다.
완전히 갈라섰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말이 무성하다. 그러나 이는 모두 기우이길 바란다. 제나라의 관중과 포숙 처럼 일시적이나마 견해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만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두 사람의 우정은 다시 옛적의 모습을 복원할 것이다.
우리는 소문의 진위 처럼 누구의 잘못이 더 크고 작은지를 따지기 보다는 두 사람의 정겨운 모습을 다시보기 원한다. 우리 소시민들은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이 서로 화합하고 미덕을 보이면서 지역의 발전을 도모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 진다고 했던가.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쪽에서 먼저 풀어가는 결자해지(結者解之) 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쉽게 해결될 것이다.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아름다운 훈풍이 점점 각박해져 가는 우리 지역사회에 신뢰와 화합을 다지는 계기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기대해 본다. 지도자는 행동 하나, 언행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지켜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