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본지 발행인>

 

▲ 김기수<본지 발행인>

2005년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황우석 파동’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이 만신창이가 되는 참담함을 느끼는 연말이기도 합니다. 냉혹한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 아직 전모가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열광’과 ‘신화’가 무너진 현실 위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사실입니다. 홍콩 원정 농민시위대가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한 연말입니다.

대한민국은 창조적이고 격정적이며 부침이 심한 나라, 그 속에서 응집력과 결속력이 외국인들을 두렵게 하는 나라임에 분명합니다. 정말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이름이 다시금 떠오르게 되는 연말입니다. 정치는 또 어떠 했습니까.

사학법 파동으로 지금 국회는 공전되고 있습니다. 일년 내내 소위 ‘보수와 진보’의 대립 아닌 대립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고, 북핵문제로 정치정세가 널뛰기하듯 요동치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평택은 올 한해 어떠했을까요. 이제 미군기지 이야기만 나오면 지긋지긋해 하는 시민들도 많겠지만, 정말 지역사회가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지긋지긋하게’ 갈등하고 시끄러웠습니다.

올 한해는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시작해서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끝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일년 내내 있었고, 미군기지 이전 때문에 특별법이 만들어 지고, 미군기지 이전 때문에 18조 8000억원이라는 지역진흥계획이 발표되고, 미군기지 이전 때문에 국제평화도시도 발표되고, 또 미군기지 이전 때문에 대규모 집회와 충돌이 있었고, 미군기지 이전 때문에 땅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또…

물론 미군기지 이전 말고도 중요한 지역적 현안과 쟁점, 사건도 많았지만, 이 모든 쟁점들은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인해 파생된 것이거나 아니면 뭍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해를 마무리 하며, 평택에게 주어진 기회는 무엇이고 위기는 무엇인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미군기지 이전이 장기적으로 평택에게 득이 될 것인가, 화(禍)가 될 것인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개발 이익과 도시 개발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환경 교육 문화 등 시민생활의 모든 측면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사실 판단과 이 사실에 대한 우리의 가치판단이라고 봅니다. 아쉬운 것은 우리는 넘처나는 주장과 홍보 속에 사실 자체에 대해서 모호하고 불확실한 판단 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있습니다. 미군기지 이전문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하는가, 장기적으로 각종 도시개발 청사진 속에서 평택시민이 어떠한 판단과 관점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평택시민의 관점으로, 평택 시민의 깨어 있는 눈으로 평택의 현실과 미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집요할 정도로 시민의 관점과 시민의 시각, 평범한 평택시민의 생각에서 접근하고 바라보고, 문제제기하고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촉구해야 합니다.

평택시장과 지역출신 국회의원의 관점을 평택시민이 가져야 할 것입니까. 물론 이 분들의 판단은 우리가 뽑은 정치지도자 이므로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시장과 국회의원은 표에 민감합니다. 선의를 존중해도 이 분들에게 평택의 미래를 모두 맡길수는 없습니다.

중앙정부에 모든 것을 의지해야 합니까. 그동안 정부는 참여정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정부정책을 평택시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 온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아니면 이익만을 추구하는 토지공사나 건설업체 등 개발업체에게 평택의 미래를 맡길수 있습니까.

27일에는 팽성지역 토지에 대한 정부의 강제수용을 반대하는 각계 각층 평택시민의 ‘강제수용 반대 1000인 성명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시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도 있었지만,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인, 문화·예술계 인사, 교육계, 시민사회단체, 여성계, 일반시민등 다양한 계층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찬반문제를 떠나 임박한 강제수용을 반대하고 정부에게 합리적 대화와 해결책을 요구하는 양심적 인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연말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그나마 작은 위안입니다.

과장되고 우상화된 황우석 신화를 무너뜨리고 참담한 진실 속에서도 새롭게 시작하게 만든 사람들은 ‘진실’과 ‘사실’을 추구한 젊은 소장과학자들이라고 합니다.

우리 평택이 잘못된 방향으로 너무 많이 나가기 전에, 통제할 수 없고 손 쓸 수도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기 전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 지역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어 나갈수 있도록 하는 힘은 깨어 있는 평택시민의 힘 밖에 없습니다. 진실과 사실을 추구했던 소장 과학자들같은 깨어 있는 평범한 평택시민이 넘쳐나야 합니다.

내년 5월에는 시장과 시도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내년 초부터 평택은 선거 분위기로 급격히 쏠려갈 것입니다. 또 많은 홍보와 주장과 갈등이 넘쳐날 것입니다. 미군기지 건설을 위한 강제수용도 눈앞에 있고 각종 개발계획이 정신없이 쏟아질 것입니다.

이 엄청난 소용돌이와 홍수같은 흐름 앞에 진정으로 깨어 있고 평택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말을 하는 사회, 평범한 시민들이 평택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평택의 역사는 평택시민이 만들어 나간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새로운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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