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 등 팽성지역 토지의 강제 수용이 임박한 가운데 미군기지이전 문제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지난 23일 협의매수에 실패한 팽성읍 대추리 일대 미군기지 수용예정지역 토지에 대한 수용재결을 의결했다.

중토위는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원회 등의 반대와 22일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대 종단 120여명의 성직자들이 ‘생명 평화 위협하는 미군기지 강제토지수용 반대한다’는 긴급 호소문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팽성읍 대추리 일대 합의매수에 이르지 못한 120여만평의 농지와 주택에 대한 소유권이 조만간 국방부로 넘어갈 예정이다. 국방부는 미군기지 건설을 위한 기초조사 등을 이유로 빠르면 연말, 혹은 내년 1월경 주민들에 대한 강제철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군기지 확장 반대대책위는 중토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정부의 강제수용 움직임에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하며 12월 11일 대규모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1월 27일부터 12월 25일까지 ‘생명과 평화의 땅 평택을 지키기 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불교계에서 팽성미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에게 불교인권상을 수상하며 미군기지반대운동에 깊은 관심과 동참의 의사를 밝혀 정부의 강제수용에 반대하는 종교계의 전국적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어 깊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평택지역 사회는 대추리 주민들과 반대대책위 등의 활동에 대해 일부 시민을 제외하고는 어쩌면 이다지도 이웃의 고통에 무관심할까 할 정도로 조용하거나 무관심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과반수 이상의 주민이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고 절대다수의 주민이 강제수용을 반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긴 침묵이 이어지고 있는가, 이상할 정도였다.

미군기지이전에 대한 반대여론 못지않게 찬성여론도 존재하는 지역의 상황, 일부 토지주와 반미운동세력만의 싸움으로 만드려는 중앙정부의 전략, 여기에 지역진흥계획으로 발목잡힌 평택시와 대다수 언론의 지속적 관심 부족 등 여러 원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표면적 무관심이 정부로 하여금 강제수용에 나서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게 한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강제수용의 문제는 찬반의 문제가 아닌 양심의 문제

그러나 지금의 강제수용 문제는 지금까지 전개되어 왔던 미군기지 이전의 찬반논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은 가치판단의 문제라면, 강제수용 반대의 문제는 감성의 문제이며 양심의 문제이다.

강제수용은 말 그대로 미군을 위해 주민들을 강제로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정부는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토록 완강히 반대하는 농민을 강제로 쫓아 내는 수순을 밟는다는 것은 정부 정책의 잘못과 집행과정의 오류, 주민 설득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평택시민의 선택의 문제이다. 정부가 강제수용에 나선다면 평택시민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박수를 치며 환영할 것인가, 침묵하며 수용할 것인가, 과감히 반대할 것인가를 이제 평택시민은 선택해야 한다.

평택시민이 정말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 이제 닥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평택시민에게 찬반의 문제를 떠나 양심의 문제, 자존심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굴복과 양심에 따른 저항의 문제를 선택의 여지없이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93% 이상의 시민이 인내를 갖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라고 정부를 지켜봤지만, 시민에게 돌아 오는 것이 강제수용이라면, 정부는 평택시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평택 시민의 자존심은 무참히 짖밟아도 좋을 헌신짝 같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과 다름없다.

강제수용을 침묵하며 용인하는 것은 내 이웃과 형제를 내치는데 동참하라는 것이며, 수치와 가책 속에 시민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이제 평택시민은 이 선택의 기로에서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불법을 선동하는 것도 아니며, 정부정책에 평택시민 모두가 저항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선동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뿐이며, 바람직한 한미관계를 위해서도, 진정한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평택시민의 자존심과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인권을 위해서도 강제수용은 도저히 시민으로서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주장하고 호소하고 있을 뿐이다.

■ 평택시민은 침묵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

특히 지역의 종교인에게 호소하고 싶다. 종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내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 평택지역 종교계가 이토록 무관심해도 좋은 것인가. 강제수용 앞에 처절히 절규하는 내 이웃을 더 이상 외면한다면, 평택의 종교 지도자들이 과연 영혼의 구원자라는 이름에 진정으로 값할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4대 종단 성직자들의 긴급 호소문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기도운동 결정의 의미를 평택지역 종교 지도자들이 심사숙고해 주기를 거듭 당부드린다.

평택시 당국과 시의회, 지역출신 국회의원에게 호소한다. 지역진흥계획이 지금 난항을 겪고 있다. 적어도 미군기지 이전이 평택을 위해, 평택의 미래를 위해 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확실한 담보를 중앙정부로부터 받기 전에는 강제수용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

지금 중앙정부는 평택시민에게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팽성주민들은 중앙정부가 지금과 같은 일방주의적인 태도를 계속 가져간다면, 투쟁을 접으려 해도 접을수가 없는 상황이다.

중앙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도 받아내지 못하고 부족하나마 실질적인 생활 혜택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굴복만을 강요 당하고 있을 뿐이다. 대다수 시민에게도 피부로 와 닿는 문제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시당국과 시의회, 지역출신 국회의원은 지역진흥계획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팽성주민과 평택시민의 입장에서 당당하게 중앙정부에게 강제수용 중단과 평택시민과 원점에서 재협의 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적어도 강제수용 중단을 전면에 내걸고, 지역진흥계획의 문제와 팽성 주민들, 평택시민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평택시민 공통의 합의안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와 마지막 교섭에 나서야 한다.

■ 시당국과 시의회 국회의원은 강제수용반대 분명히 해야

지역 원로 어르신들께는 평택항 개발이나 지역의 획기적 발전방안이 정부로부터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수용을 용인하는 것이 과연 평택을 위해, 평택시민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숙고해 보실 상황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또한 지역의 양심적 학자, 지식인, 언론인, 공무원, 문화 예술인 등 평택의 각계 각층 지도적 인사들 모두에게도 강제수용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평택의 지도자들이 강제수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최소한 합리적 합의도출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침묵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며 불안해 하는 다수 시민에게 명확한 미래의 길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평택은 양심이 죽은 도시, 그리하여 희망이 없는 도시로 전락할 것이다.

범 시민 긴급 대토론회나 강제수용을 반대하는 각계 각층의 각종 성명서나 입장 표명은 빠를 수록 좋다. 평택시민 모두가 승리할수 있는 길,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평택을 갈등과 분열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통합과 희망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계기로 승화될 수 있도록 모두의 분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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