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건 원장<버드나무 한의원>

▲ 최용건 원장<버드나무 한의원>
한의학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한의학이 태동해서 어설픈 이론으로 형성되어 가는 초기단계와 둘째 단계는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가 등장하여 한의학이 완숙된 중기요, 셋째 단계는 한의학이 서의학과 혼합되는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둘째 단계는 금나라와 원나라 때에 활동하던 금원사대가가 활동하였는데 그들은 유완소(劉完素), 이동원(李東垣), 장종정(張從政), 주단계(朱丹溪)로 이 각각의 이론들을 집대성하고 자기 학파를 연 이가 주단계이다.

따라서 주단계를 잘 이해하면 한의학의 완숙된 시기의 한의학이 어떤지를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주단계의 이론과 처방은 지금에 와서도 많이 응용되고 있다.

주단계의 원래의 이름은 주진형(朱震亨)이나 주단계로 더 잘 불리어지며 원나라 절강 의호현 사람이다. 그는 나지제(羅之悌)한테 배웠는데 나지제는 유완소, 이동원, 장종정의 학설을 두루 섭렵한 사람이었고 그의 지식이 고스란히 주단계한테로 넘어 갔으며, 주단계는 이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학설을 내 놓고 자음학파(滋陰學派)를 창시하였다.

주단계는 당시에 유행하던 이학(理學)을 의학에 도입하여 특히나 이학가의 냄새가 진하게 났으며 그의 의학사상의 한 뿌리이기도 하다.

주단계의 학설은 그의 저서 <격치여론(格致餘論)>을 보면 크게 두 가지다. 그 두 가지는 ‘양상유여 음상부족(陽常有餘 陰常不足)’과 ‘상화론(相火論)’이다. 그런데 이번 컬럼에서는 ‘양상유여 음상부족’만 언급하기로 하겠다.

단계는 <격치여론ㆍ양유여 음부족론>에서 ‘사람은 천지의 기(氣)를 받아 생(生)하게 되니 천(天)의 양기(陽氣)는 기(氣)가 되고 지(地)의 음기(陰氣)는 혈(血)이 된다’라고 하여 사람과 그 외계 환경과의 연관성을 명백히 하였다. 이 말은 ‘천(天)은 대(大)하며 양(陽)이 되고 지(地)의 외(外)에서 운행하며, 지(地)는 천(天)의 중간에 거(居)하며 음(陰)이 되고 천(天)의 대기(大氣)가 지(地)를 받들고 있다’고 한 <내경>의 말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천(天)이 지(地)를 포함하므로 양다음소(陽多陰少)하며 ‘기상유여 혈상부족(氣常有餘 血常不足)’하다고 말하였다. 주단계는 이것을 끌어와서 자기의 이론을 만든 토대를 만들었다.

주단계는 또한 말하기를 ‘고인들이 반드시 남자는 30세, 여자는 20세가 지난 후에야 시집을 보내고 장가를 가게 하였으니 음기(陰氣)가 성숙하기는 어렵다는 것과 고인들이 섭양(攝養)을 잘 하였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단계는 사람의 음기가 난성이휴(難成易虧)하여 인체활동의 요구대로 만족할 만큼 공급될 수가 없으며 더구나 ‘양주동(陽主動)’하고 ‘음주동(陰主靜)’하는데 인체는 항상 ‘양동(陽動)’의 상태에 있으므로 정혈음기(精血陰氣)는 가장 모손되기가 쉬우니 사람은 칠정오지(七情五志)를 망동되지 않게 하여 음정을 고밀(固密)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양상유여 음상부족(陽常有餘 陰常不足)’은 양(陽)은 항상 여유가 있으나 음(陰)이 부족하니 음(陰)을 아끼라는 말이 된다. 주단계가 말한 양(陽)을 주단계의 제자인 대사공(戴思恭)은 ‘양(陽)은 기(氣)를 말하고 음(陰)은 혈(血)을 말한다’라고 잘라 말했으나 현대적인 개념으로 볼 때는 굳이 무었이다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으나 나 자신은 양(陽)은 에너지를 음(陰)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물질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양상유여 음상부족(陽常有餘 陰常不足)’에서 음(陰)이 부족하므로 아끼어야 된다고 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족한 음을 보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음을 보충해주는 이론이 나오고 학파가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자음학파(滋陰學派)이다.

한방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보약은 주로 단계의 자음학파가 이론상으로도 탄탄하고 영향력도 제일 컸고 흔히 기운이 없을 때 보약 먹으라는 말은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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