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평택은 60만 도시인가 90만 도시인가

지난 4일 평택시청 대회의실에서는 시민들이 관심 갖기에 충분한 아주 흥미 있는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의 내용은 앞으로 15년 이후인 서기 2020년 평택시 인구를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였다.
논쟁의 주체는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 및 경기도의 싱크탱크 역을 맡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연구원들과 평택시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건설도시국장, 도시과장 등 고위 공직자들이었다. 연구원들은 2020년 평택시 예상인구를 60만명으로 예측했고, 시 공무원들은 이것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지원책 마련의 일환으로 10억원의 국비를 들여 평택시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용역을 국토연구원과 경기개발연구원에 의뢰한 바 있다. 이번 논쟁은 평택시장을 비롯한 과장급 이상 시청 공직자들에게 용역결과를 최종보고하는 자리에서 진행된 것이다.

시 공무원들의 반발의 강도는 매우 강한 편이다. 현재의 공식적 인구 예측은 2002년 건교부에서 확정된 평택시도시기본계획변경안에서 밝히고 있는 2016년 계획인구 80만명이다.

시는 올 연말까지 확정될 예정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평택시도시기본계획변경 작업에서 2020년 인구를 최소 90만에서 100만명까지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한 이번 용역결과가 발표되면 인구 90만을 토대로 한 평택시 도시기본계획변경안이 건교부 검토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여 시는 지금까지 시민들에게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며 ‘인구 100만의 동북아 무역물류 중심도시’를 홍보해 왔다. 그런데 2020년의 인구가 60만이라니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금까지의 모든 청사진과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비칠수 있음도 능히 짐작할수 있다. 이와 함께 인구 예측이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인구 예측은 계획의 출발이고 모든 지표나 세부계획의 전제가 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지자체의 사업이나 각종 중앙정부의 지원책도 수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연구원과 경기개발연구원의 입장은 매우 완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든 지자체가 예상인구를 부풀리는 경향이 너무 강해 건교부가 골치를 앓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구 예측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아울러 평택시의 경우, 국제평화도시나 소사벌지구 개발, 미군기지이전, 각종 산업단지 개발, 평택항 개발 등의 요인과 지방분권 등 외부요인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예측한 것이므로 60만명의 인구예측을 수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인구 예측문제로 돌출된 연구기관과 평택시의 갈등이 자칫 확대되면 미군기지 이전에 맞춰 지역발전 특별지원 사업을 선정해 평택시를 지원한다는 취지를 무색케 할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도시개발의 근본적인 측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평택시민의 입장에서는 양 기관의 갈등과 대립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2020년의 인구가 90만명인가 60만명인가 하는 점도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90만 인구도시가 쾌적한 삶의 수준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며, 인구 60만명의 도시라고 사회 기반시설이나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산술적으로 볼수 없기 때문이다.

인구는 도시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인구 60만의 도시가 교육, 복지, 산업, 문화 등 삶의 질을 구성하는 모든 측면에서 자족적인 기능을 가지며 쾌적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그렇지 못한 90만 인구의 도시보다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문제는 예측의 정확성이다. 그간 평택시가 인구를 소위 ‘뻥튀기’하면서 시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었는지, 연구원들이 평택의 발전 잠재력과 가능성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인지 명확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시가 잘못된 환상을 심어 준 것이라면 이번 기회에 이를 바로잡고, 정확한 현실 판단 속에 확장이나 개발 일변도가 아닌 삶의 질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계기로 삼으면 될 것이다.

연구원들이 평택의 잠재력을 다소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다면,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속에서 인구 예측을 탄력적으로 하는 방안은 없는지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궁금한 것은 소위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 속에서 평택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인구수는 얼마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도시의 미래상을 둘러 싼 이러한 논의가 좀더 공개적이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깊이 있는 토의와 연구를 통해 평택의 미래상을 공유하고 현실화시킬 구체적 방도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다. 토론과 논쟁을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안이 평택의 미래 도시 발전상에 대해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나가는 계기로 활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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