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수(본지 발행인)

필자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일본 큐수지방의 쿠마모토(熊本)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막는데 앞장서는 등 일본의 우경화를 막는 활동을 벌이는 ‘쿠마모토 현민회’라는 단체와 본사가 소속된 바른지역언론연대의 교류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 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쿠마모토 지역과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알고 매우 놀랐다.

임진왜란때는 쿠마모토 지방의 영주였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이곳에서 병력을 훈련시켜 아산만으로 침략해 들어왔다고 하며, 청일전쟁, 러일전쟁 때도 한반도에 진출하는 일본군들의 훈련기지로 사용되었다 한다. 또한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낭일들의 대부분이 바로 쿠마모토지역 출신들이라고 한다.

실제 우리 일행이 방문했을 때 시해사건의 주인공들이 세운 신문사와 검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쿠마모토 현내 오야노바루에는 자위대 훈련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대규모 미-일 합동군사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위대는 최근 주력을 일본 북방에서 이곳 큐슈지방으로 이동해 왔다고 한다. 또 쿠마모토 인접지역엔 해군기지 및 공군기지등 대규모 부대가 배치돼 있다.

얼마전 쿠마모토현 밑에 있는 가고시마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국내에서 하필이면 일본침략의 역사가 있는 지역에서 정상회담을 하냐며 비판적 여론이 일었었다.

그러나 가고시마 보다는 쿠마마토가 일본의 한반도 침략과 훨씬 더 역사적 관계가 깊다고 한다. 한마디로 쿠마모토는 일본 군국주의의 팽창정책과 한반도 침략의 최선봉에 있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역이다.

문제는 쿠마모토의 과거가 단지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일본의 우경화는 최근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가능하게 하는 유사 7법안 등이 지난해 중의원과 참의원을 통과한 데 이어,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긴급사태기본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일본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시민단체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으나 우익세력의 조직적 활동과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 등으로 우경화와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전후(戰後) 60년만에 일본의 구 지배세력이 다시 전쟁이전의 상황으로 원위치되었다고 말할 정도이다.

올해는 광복 6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일제 침략을 경험한 한민족으로서, 특히 최근 일제강점하 정신대, 강제 징용등 피해자들의 접수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본 방문은 일본의 우경화 문제를 ‘설마’하며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이 아니라 현실의 우리 문제로 깊이 있게 고민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한편, 쿠마모토에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접하며 평택 시민인 필자에게는 다른 측면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과문해서 아직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카토 기요마사가 임진왜란때 침략했던 노선이 바로 우리 평택(아산만)이었다는 점은 새삼 충격이었다.

또한 청-일전쟁의 격전지가 바로 평택이라는 점, 이후 일제시대 때 일본 군사기지로 되었다가 종전이 되며 일본군을 대신하며 미군이 주둔하게 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평택은 역사적으로 군사적 요충지로 각축하는 패권세력들의 전투장이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런데 지금 평택은 미군기지가 총 집결하는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방2사단과 주한미군사령부 등이 총집결해 미군의 유일한 핵심(허브)군사기지가 될 운명에 처해 있다. 이 것은 임진왜란 이후, 어쩌면 그 이전부터 평택에 주어진 슬프고도 애닯은 운명인지도 모른다.

지금 평택은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매우 어지럽다. 개발에 대한 환상도 광범위하게 깔려있는 한편, 삶의 터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팽성등 농민들의 필사적인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조용한 일상의 삶을 살던 민초들에게는 실로 엄청난 큰 시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깊게 보면 바로 이 시련은 평택이라는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부터, 특히 비옥한 농토에 터를 잡고 있다는 것 자체로부터 잉태된 불행인지도 모른다.

어떤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의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면, 그 거대한 힘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과 미국의 전세계 패권주의 등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평택이 세계 정세의 움직임과 무관한 지역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 평택에 산다는 것이 이제 단순히 작은 중소 도시에 산다는 것이 아니라 국제 정세와 긴밀히 관계되며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은 것은 미군의 군사도시가 되는 것을 피하는 길이리라. 평택은 말 그대로 평화롭고 윤택한 우리 모두의 소박한 고향인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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