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지이전 주민동의 구해야

용산미군기지이전 협정 비준안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면서 미군기지 평택이전을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6일부터 국회앞에서 비준거부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공청회가 열려 용산기지 이전 협정의 위헌성과 불평등성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평택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날 주민들의 기지이전 반대 서명을 담은 서명 용지를 국회 통외통위 임채정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전달하며 비준안 거부를 강하게 주문했다. 또한 7일에는 비준안의 국방위 통과를 저지하는 주민들이 국회앞 상경시위가 이어졌다.

비준안은 여야의원의 의석비율이나 현재까지의 입장을 볼 때 국방위 통과가 예상되며,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본회의에서도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미 국방위를 통과한 기지이전에 따른 평택지원특별법도 비준안과 동시에 처리될 것으로 전망돼 지난 2년간 평택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미군기지 이전문제가 법적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적으로 일단락 된다고 해서 미군기지 평택이전 문제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매우 성급한 판단인 듯하다. 추운 겨울에 국회 앞에서 천막을 치고 추위에 떨며 선잠을 자면서도, 조상 대대로 힘들여 일군 옥토를 미군에게 넘겨줄수 없다며 농성하는 주민들의 가슴에는 천갈래 만갈래의 응어리가 자리잡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막상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도 국회도 이젠 우리편이 아니라는 생각에 더 큰 상실감과 분노로 속마음이 숯검뎅이처럼 타들어 갈 것이다.

당장 팽성·평택 대책위 관계자들은 비준안과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제2의 부안사태가 올수 있다”며 강도 높은 2단계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준안의 국회통과는 새로운 상황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예측하기 어려운 사태가 전개될 수도 있다.

팽성읍 대추리에서 순박한 농투성이였던 팽성대책위 김지태 위원장은 정부가 지금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이 어느시대인데 농민과 주민의 동의 없이 강제로 350만평을 빼앗아 갈 수 있느냐고 말한다.

밀어 붙이면 된다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가 조만간 깨닫게 될 것이라 한다. 그의 이러한 발언이 엄포용인지 가슴 속 진실의 표현인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비준안 통과가 상황의 끝이 아니라는 것만은 그의 발언과 주민들의 움직임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더욱이, 미군기지 이전이 토지를 수용당할 해당 지역주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시민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최근들어 시민들 사이에 많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도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평택이 유사시 전쟁과 테러의 중심권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점과 앞으로 최소 수십년간 미군의 허브 군사기지화함으로써 교육과 환경, 도시개발 등 시민 생활의 각 측면에서 심각한 왜곡과 문제점에 지역사회가 노출될 것이라는 점이 시민적 우려감을 증대시키고 있다.

여기에 특별법이 큰 알맹이가 없다는 인식과 평택항 경계분쟁 판결 결과도 지역의 부정적 여론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평택항 경계변경 요구 대규모 시위나 미군기지 관련 토론회 등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본지가 지난 10월 실시한 평택시민의 여론조사 결과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 싶다. 평택시민은 과반수 이상이 현재도 미군기지 평택이전을 반대하고 있으며,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지역사회의 최대현안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73%의 시민이 중앙정부의 일방통행식 처리방식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고, 토지수용주민과의 문제는 과반수 이상이 대화와 합리적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37%는 반대가 심하면 원점에서 재검토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80%의 주민이 주민투표 등 주민의 의사를 묻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이 평택시민의 여론이다. 비준안이 통과돼도 일방통행 방식은 전 시민적인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어쩌면 한미동맹의 미래가 평택시민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좌우될지도 모른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평택시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동의를 구하는 합리적 절차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 온다. 얼어붙고 멍들어 움추린 팽성주민의 가슴에 따스한 온기가 피어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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