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심사소위 여당 의원 축구 외유 '북치고'

한나라당 의원 고의적 지연작전 '장구치고'


"열린우리당이 과연 친일진상규명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용희)에 계류 중인 친일진상규명법과 관련, 한나라당 의원들은 물론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조속한 처리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아 비난이 일고 있다.

법안심사를 맡고 있는 소위 위원들이 '축구'를 하러 외유를 가 일정이 지연되는가 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의 시간끌기 전략에 아무 대응없이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안심사소위 소속 3명의 열린우리당 의원 중 강창일·노현송 의원은 법안심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29일, 30일 갑자기 자리를 비워 비난을 받았다. 한·일 의원간 친목을 다지기 위해 열린 친선 축구 경기에 참여하느라 일본을 방문했던 것.

이들은 "한일의원연맹 차원에서 방문했고, 재일교포 법적지위 문제가 현재 일본 의회에 상정돼 있어 그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간 것이지 놀러간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로 인해 법안심사 소위가 이틀간 사실상 공전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의 교묘한 법안심사 지연작전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1일 열렸던 법안심사소위에서 이인기 의원 등 3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3일간 법안심사만 하느라고 머리가 맑지 못하다" "일정이 밀려 있고, 국회의원이 법안심사만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라는 핑계를 대며 친일진상규명법의 심의를 다음 주로 미루자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원래 의사일정대로 할 것을 주장해 일단 심의는 이뤄졌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오가 되자 "오늘은 그만 하자. 내일 오전에 다시 보자"며 일방적으로 퇴장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손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따라서 진상규명위원회의 국가기구화 여부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는 또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본래 2일 오전 행자위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을 의결한 후 그날 오후 열릴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열린우리당의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은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굳이 이 법안을 강행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정서가 퍼지고 있는 것 같다"며 "처음엔 적극적이던 의원들도 최근 들어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의도통신=김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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