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는 평택항 서부두 및 장래 건설될 내항의 상당부분이 당진군 관할에 속한다고 판결해 평택항 개발을 통한 장기 도시발전을 기하려는 평택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번 판결로 평택시민은 평택 바로 앞바다에 건설되는 평택항의 상당부분이 당진군 관할이 되는 상황을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지난 10여년간 동북아 무역·물류 중심도시로 비약하기 위해 민·관이 혼연일치가 돼 노력해 온 평택으로서는 제 살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인정하기 싫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헌법 재판소 판결은 대한민국 헌법을 존중하는 한 국민으로서는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를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번 판결이 평택과 당진이 화합해서 평택항을 동북아 무역물류 중심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대 명제를 제시해 준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당진의 입장에서 보자. 당진이 그간 요구해 왔던 것은 우선, 당진 앞바다에 건설되는 항구 이름이 왜 당진항이 아니고 평택항이냐며 당진항 이름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 방식으로 평택항을 평택·당진항으로 하던지, 평택항을 평택항과 당진항으로 나누자고 요구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과거 해상 도계를 기준으로 공유수면을 매립해 건설된 서부두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신청을 한 것이다.


그러나 당진은 비록 이번 판결로 서부두와 내항의 관할권을 얻었다고 해도, 평택 앞바다에 건설되는 항구를 배타적으로 당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항 건설과 운영으로 인해 발생되는 부가가치를 독점하겠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항만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도 않다. 바다 건너에 건설된 항구를 평택의 협력과 도움없이 당진측에서 관장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당진의 입장에서도 평택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더더구나 평택과의 협력없이는 비록 헌재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당진이 그토록 원하는 당진항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거나 당진항을 분리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설사 당진항 명칭을 사용하거나 항구 분리에 이른다해도 아산만과 평택항의 특수한 상황상 평택과의 협력없이 당진항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 틀림없다.


평택의 입장에서 보자. 그간 평택은 평택항이 국책항만이고 개발초기 단계이며, 국내외적으로 10여년 이상 평택항으로 불리고 평택항을 개발하고 홍보하기 위해 평택시와 시민이 노력한 것이 얼마인데, 왜 평택항이 당진항으로 분리되어야 하냐며 항 분리나 명칭 공동표기에 대해 반대해 왔다. 그리고 당진군에서 서부두 소유권을 제기하는 것은 평택항을 빼앗으려는 저의가 있다며 헌재 소송을 취하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양 지자체는 해양수산부나 해수부 산하의 중앙항만정책심의위원회의 수차에 걸친 조정안을 끝내 거부했다. 당진은 헌소 취하를 거부했고, 평택은 명칭 공동사용을 거부했다. 타협안을 찾지 못한 채 헌재판결에 의한 경계확정이라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평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매우 좁아졌다. 평택항의 대외적 명분이 약해졌고, 당진과 중앙정부에 대한 발언권이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방통행이 더 이상 안통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평택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일 수 있다. 평택땅을 당진땅으로 빼앗겼기 때문이다. 책임자 문책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면 소송에서 승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승리했다고 해서 당진측의 항 명칭사용이나 분리요구가 없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판결 패소에 따른 상실감으로 그 요구는 더 격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평택항의 장래를 위해, 평택시의 평택항 개발을 통한 도시발전 전략에 대해 결정적인 저해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 항계(港界)는 도계(道界)와는 다르다. 또한 평택항은 국책항이고 무역항이다.


국제해운 물류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중국 항만의 급부상은 우리가 작은 이익앞에 서로 싸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 평택항은 중앙 정부의 개발우선 순위에서 밀려 자칫 삼류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고, 미군부대 평택이전으로 군사항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팽배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택과 당진이 힘을 합해 평택항을 조속히 건설해 동북아 나아가 국제 무역항에 걸맞게 자리매김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 지자체가 서로 양보해 대타협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으로 항 분리보다는 ‘평택·당진항’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양 지자체가 힘을 합해 중앙정부가 강력히 항 개발에 나서도록 촉구해야 한다. 또한 평택과 당진은 공공발전 협의체를 구성해 관과 민간차원의 협력을 다각도로 강화하고, 아산만권의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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