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평택확장 이전 문제가 중대한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정부는 349만평에 대한 최종 수용안을 마련하고 서탄과 팽성지역 주민설명회에 나서는 한편, 특별법을 입법예고하고 9월 1일 평택대에서 공청회를 계획하고 있다.

연말까지 기지이전 관련 국회비준과 특별법을 통과시켜 법적 근거를 최종적으로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추리 등 토지수용예정지역 주민들이 주민설명회를 거부하고 28일 팽성 K-55 미군기지 정문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땅한평도 더 줄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천명했다.


또한 미군기지확장반대평택대책위원회와 팽성및 서탄지역의 주민대책위원회와 더불어 평택환경운동연합 등 지역시민단체와 종교계와 지역직능단체가 최근 구성한 ‘미군기지문제해결을 위한 범시민협의회(준)’ 등 4개 단체가 특별법과 관련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국방부의 일방적인 특별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군기지 확장반대 운동을 벌여왔던 주민들과 반대대책위원회는 특별법 자체를 인정할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던 터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간 사태 추이를 관망하던 지역 종교계나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만든 ‘미군기지문제해결을 위한 범시민협의회(준)’가 지역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추진되는 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문제점을 본격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른바 ‘관망세력’ 내지는 중간층, 불안감은 있으나 행동으로 나서지 못했던 층들이 적극적으로 미군기지 이전문제에 발언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또한 평택지원특별법 내용이 애초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특별한 알맹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그간 ‘조건부 찬성’ 입장을 견지했던 일부 계층도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특별법 내용을 살펴보면, 중앙정부가 상황 판단을 안이하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법안 내용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기회가 된다면 추후 다루겠지만, 두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문제의식을 밝히고자 한다.


 우선, 정부는 팽성과 서탄지역의 주민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비롯해 과거사 청산작업이 한창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사 청산과 관련해 ‘불행한 과거 역사를 청산하지 않고는 한치 앞도 나갈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팽성과 서탄 주민들은 미군기지와 관련된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소를 몰다가 항공기 소음으로 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 기지확장과정에서 수차례 쫓겨가며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군 사람 등 주민들의 과거 50여년의 삶은 한과 눈물로 얼룩진 삶이다.


이분들의 고통과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수 없는 정도다. 그러나 정부는 이분들의 “땅한평도 내줄수 없다”는 절규를 보상을 더 받기 위한 정도로 치부하는 것 아닌가하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다면, 불행한 과거사를 청산하겠다는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당해 온 이분들의 요구를 외면할수 없을 것이다.

항공기 소음피해에 대한 분명한 진상조사와 배상, 기지확장과정에서 농토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고통당해 왔던 분들에 대한 분명한 진상조사와 배상, 그리고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의 과거사에 대한 포괄적인 사과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선행되지 않고는 정부의 기지이전사업은 심각한 장애에 부딛힐 것이다. 과거를 먼저 분명히 정리하고 지금의 기지 이전문제를 풀어야 한다.

주민들의 과거 청산요구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라고 중앙정부에 당부하고 싶다.


다음으로, 지방자치시대의 주민주권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법 제정과정이나 기지이전과정에서 평택시민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고 우리는 이를 여러차례 지적했다. 대다수 평택시민은 지금 불안하다.


자식의 교육문제를 위해 평택을 떠나야겠다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한미간의 합의라고 해서 평택주민들이 의사결정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것이 용인될 수는 없다.

한미간의 협의 내용등 일체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별법 공청회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는지는 모르지만, 대다수 평택시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고 서민 상대의 설명회도 생략되었다.

평택시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가 생략된 채 중앙정부의 편의에 의해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평택시 당국과 경기도가 그나마 제기했던 내용도 핵심적인 것이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평택지원특별법이 아닌 ‘기지이전촉진특별법’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공청회와 무관하게 평택시민의 진정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주민설명회와 특별법 공청회가 진행되면서 평택지역은 긴장감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 지난 28일 팽성에서의 대규모 집회 이후 일부 중앙언론에서는 ‘제2의 부안사태’ 운운하며 평택지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사태가 점점 더 꼬이기 전에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다시한번 촉구한다.

<사설>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