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경영위기 원인은 반복되는 졸속 해외매각
공기업화로 이번 기회에 경영위기 종지부 찍어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평택시민신문] 매서운 겨울 한파의 추위를 느끼는 것조차 사치스러울 정도다. 아픔과 고통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매각과 법정관리라는 악몽이 되살아나 다시 노동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구조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쌍용차 노동자들에게는 법정관리라는 트라우마가 존재하고 있다. 그 아픔과 고통을 실제 몸으로 겪어봤기 때문에 법정관리만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그 누구보다 크다. 그래서 참담한 심정이다.

결국 쌍용차는 법정관리(회생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현장 노동자들 의견은 배제한 채, 오로지 대주주(마힌드라)와 투자처(HAAH), 경영진 3각 동맹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지금까지 쌍용차 노동자들은 복지 중단(2019년 9월), 임금 삭감·반납(2019년 12월), 2020 임·단협 동결 등 무려 3차례에 걸쳐 양보와 희생만을 했다. 왜? 2009년 법정관리로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살인과도 같은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에 결단코 법정관리만은 막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마힌드라와 쌍용차 경영진은 무슨 희생을 했는가.

해외매각만이 해답이고 정답일까? 상하이차와 마힌드라, 이미 2차례의 해외 졸속매각 과정에서 쌍용차의 역량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투자 약속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저 기술력과 신차 플랫폼만 빼가려는 목적만 가득 차 있었다. 이번이라고 다를까? HAAH의 연간 매출액은 2040만달러(230억원)으로, 매출액 2~3조원에 달하는 쌍용차의 1/100에 불과하다. 완성차 개발이나 제조 경험이 전무한 판매법인이다. 이런 곳에 운명을 맡기고 가만히 있으란 말인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제네럴모터스(GM)가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가자 당시 미국 정부는 대규모 구제금융을 통해 지분 60% 이상을 확보해 국유화를 시킨 바 있다. 1년 남짓 국유화 과정을 거쳐 위기를 벗어난 GM은 2011년에 주식 재상장(IPO)을 거쳐 다시 민영화되었으며, 오늘날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선진기술로 거듭나 다시 글로벌 업계의 최강자로 떠오른 바 있다. 똑같이 파산신청을 했던 크라이슬러는 이탈리아 피아트에 매각된 후 북미 사업기반을 상당히 잃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근 결국 프랑스 PSA와 피아트의 합병으로 이젠 과거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일개 사업부 수준으로 전락했다.

마힌드라의 의도는 투자금 회수이다. HAAH는 지금 체제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인수대금도 줄이고 구조조정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그동안 온갖 특혜를 누려온 쌍용차 경영진들도 자리를 보전하며 특혜를 이어갈 수 있다. 이러면서 정부 지원까지 압박할 수 있으니 마힌드라, HAAH, 쌍용차 경영진의 3각 동맹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노동자의 운명은 들어있지 않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발전도 전혀 안중에 없다. 그렇다면 이 길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오히려 앞선 GM 사례처럼 정부와 노동자 결단으로 한시적 국유화를 통해 탐욕스러운 해외자본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쌍용차가 갖고 있는 SUV 명가로서의 능력, 힘세고 튼튼한 차량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능력을 키워낸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 쌍용차 채권의 절반 이상을 가진 산업은행이 채권을 출자전환하면 단숨에 대주주 지위로 올라설 수 있다. 지분 하나 갖지 않은 HAAH는 발언권이 없으며, 마힌드라의 감자를 밀어부칠 수단도 갖게 된다. 주인이 없을 때 오히려 성장했던 쌍용차의 역사를 생각하면 수탈자인 해외자본만 배제시켜도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만에 하나 제3자 매각을 한다고 해도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르노나 폭스바겐처럼 정부가 대주주 역할을 하고, 노동자와 함께 책임경영을 집행하는 시스템을 짜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대안이다. 졸속매각은 쌍용차의 모든 가능성을 위협하는 대안이다. 이와 반대로 모든 가능성을 키우는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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