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접시꽃

참 쉽지 않은 세월이었어
당신과 함께 살아온 시간은
이리 찢기고 저리 찢겨
바닥에 나뒹굴다가
억겁의 시간이 흘러야 잊혀질런지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좋다고
입술이 새까맣게 타도록
붉은 키스를 했지
아주 가끔 오글거리는 아양을 부리면
발로 툭 차 버리며
싸늘히 등 돌려 무안 주던 당신
좋아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
혼자서 넋두리 풀어놓고
지쳐서 잠들면 그만인 걸
그러다 그러다가
또다시 날이 밝아 오면
우아하게 느긋하게 몸치장을 하고
층층이 피어나는 푸른 꿈을 꿀 거야.

 

청춘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어
나 혼자 이방인들 속에 있는 듯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에
라면을 떠올리면 속이 울렁거리고 눈물이 나
마지막으로 마음놓고 활짝 웃어 본 적은 언제였는지
바람의 감촉이 스산하던 밤이었을까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텅 빈 거리에
아득히 들려오는 내 이름 부르는 소리
자꾸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어 버렸어
카악 몸 안의 오물들이 쏙 빠지도록 목청에 힘을 주었어
타들어 가는 듯한 위장의 뒤틀림
파리해진 입술의 달싹거림
그해, 추억이 싸늘히 등을 돌린 도시 속에선
하루하루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어.

 

천사빈 
2020년 8월 문예종합 계간지 
<연인>으로 등단
2020년 12월 (연인> 
시부문 신인상 수상
현재 세교동 가우스수학교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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