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고 담백한 순대국의 진수

[평택시민신문] 입동이 지났다. 가로수와 거리가 색색의 낙엽으로 물든 덕동초등학교 거리에 찬 바람이 분다. 길 가는 이들이 옷깃을 여민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비전동 미가촌순대국이다. 점심 무렵 식당에서 음식 냄새가 피어오르면 오랜 단골인듯한 사람들이 하나둘 가게를 찾는다. 이윽고 음식 냄새는 사람 사는 냄새로 바뀌고 웃음꽃과 이야기꽃이 가득해진다. 미가촌순대국은 오랜 시간 비전동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한 국물로 녹여온 가게다.

기름기 제거한 돼지사골로 육수내

미가촌순대국의 가장 큰 특징은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다. 일반적으로 순대와 돼지 내장을 사용한 음식은 처리를 잘 하더라도 불쾌한 돼지 냄새가 남거나 텁텁한 맛이 난다. 미가촌순대국은 육수를 내릴 때 돼지 사골만을 사용한다. 사골을 5시간 동안 솥에 끓이고 한 번 식힌 뒤 뜬 기름을 모두 걷어내기 때문에 진한 맛이 돌면서도 기름지지 않아 곰탕과 같은 진한 풍미가 난다. 순대국을 포함해 이곳의 모든 메뉴는 이 육수를 기본으로 사용해 맛을 내 텁텁함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이 깔끔한 맛에 반해 가게를 찾게 된 단골도 여럿이다.

국물 간은 함께 나오는 새우젓으로 하면 된다. 광천에서 직접 주문해서 사용한다. 새우 눈이 살아 있고 따로 양념을 가미하지 않아도 단맛이 날 정도로 싱싱하고 맛있다.

매운맛이 부족하다면 매운 순대국을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매운 순대국의 육수는 청양고추와 청양고춧가루 등을 넣고 따로 끓인 것으로 칼칼함이 살아 있다. 담백한 육수에 국수를 말고 살코기를 얹어내는 사골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메뉴에 곁들어 먹는 깍두기와 겉절이도 일품이다. 무와 배추는 미리 소금에 절여뒀다가 그때그때 양념한다. 무·배추의 아삭함이 살아 있는 데다 맛이 시원해 국물로 뜨거워진 입안을 달래기 제격이다.

내 입에 맛없으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순대국 다음으로 많이 찾는 메뉴는 순대곱창볶음과 순대곱창전골이다. 얼큰한 국물에 쫄깃한 곱창이 어우러지는데 곱창 특유의 잡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곱창을 직접 삶는 데다 속에 붙은 기름까지 하나하나 제거한 후 사용하기 때문이다. 재료 손질에 많은 손이 가는 것이 이곳만의 비법이다.

순대와 함께 나가는 내장, 머리고기도 모두 이런 손질을 거친다. 머리는 2시간가량 삶아 살만 발라낸다. 머리 쪽에 붙은 두툼한 비계는 잘라낸다. 오소리감투(돼지 위) 역시 안쪽에 붙은 기름기와 불순물을 제거한다. 손질을 마친 고기는 모두 진공포장해둔다. 손님상에 나가기까지 최대한 재료를 신선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다.

김미성(44) 사장은 “삶은 것을 구입해 사용해봤는데 냄새가 나고 깨끗하지 않아 손은 많이 가지만 직접 삶고 손질해 사용한다”며 “때론 손님들이 받아서 쓰면 편하지 않냐고 묻지만 내 입에 맛이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맛이 없다”고 말했다.

점심이 끝나며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지만 가게는 다시 분주해진다. 재료 손질에 시간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3일정도 분량으로만 재료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 요리철학과 고집이 미가촌순대국을 찾는 이들을 단골로 만드는 비법일지도 모른다. 다시 날이 추워지고 있다. 뜨끈한 국물로 몸을 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김 사장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순대국 한 그릇은 어떨까.

■메뉴: 사골국수 6000원, 순대국·매운순대국 7000원(특 8000원), 해장순대국 8000원, 순대곱창볶음·전골 소 17000원·중 22000원·대 27000원, 머리고기 15000원, 순대 6000원, 머리고기·찰순대 한 접시 10000원
■주소: 비전동 825-17
■전화: 031-618-1915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10시(토요일은 점심까지만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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