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통합을 호소하며 극단을 경계했던 안재홍의 명언

[평택시민신문] 삶의 특정시기 경험이 응축된 안재홍의 경구

필자는 한국과 동서양 역대 위인들의 명언을 정리하고 그들의 통찰력이 교육적 의미를 가지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이 책을 엮었다.

이 책은 세종대왕, 이순신, 정약용을 비롯해 안중근, 이상재, 이회영, 안재홍 등 항일민족운동가들의 명언을 소개하고 있다. 민족운동가로 독립과 통일에 헌신한 안재홍은 청년기부터 10여개 넘는 삶의 경구(驚句)를 정하고 가슴에 새기며 살아왔다. 민세가 정한 좌우명은 단순한 신념이 아니라 삶의 특정 시기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이 많다. 20대 후반 1차 대구감옥에서 3년간 옥고를 치른 후에는 분명한 삶의 태도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중심에 들거나, 그만 두거나’를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며 국내 민족운동의 중심인물로 고난을 겪어냈다. 1927년 민세가 창립을 주도한 신간회가 좌우 갈등으로 해소의 길로 접어드는 시기에는 ‘각길로 한곳에’를 다짐하고 민족운동의 통합에도 노력했다.

 

극단적 파벌주의가 일상화된 현재 한국사회에도 경종을 울려

이밖에도 안재홍은 책읽기를 강조하며 ‘일생을 일하고, 일생을 읽으라’를 독서 좌우명으로 정했다. 검소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 ‘쓸데있는 것을 쓸데없이 버리지 말자’를, 일을 미루지 않는 습관을 갖기 위해 ‘오늘 일은 오늘에 나의 일은 내가’를 정했다. 민족운동가로 시대의 불의와 맞서 싸우며 고군분투한 안재홍의 명언들은 지금 읽어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고 경종을 울린다. 사회 정의를 해치는 지도층 인사들의 비리나 구설수,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주의가 일상화된 21세기 한국사회의 상황은 시급한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천재(天災)보다 무서운 것이 인재(人災)다. 본래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는 먼저 정부가 스스로 쇄신을 보여주고 국민과 재결합 방책을 연구해야 한다. 내가 이기고 내파가 이기고 권력과 향락이 나의 부대에 있는가 하고 즐거워하려던 때, 민족과 조국은 어느덧 남의 세력 밑에 붙어 버렸던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자(박정규, 세상을 바꾸는 위인 그리고 명언. 글모아출판. 112쪽).

안재홍의 좌우명에서 후세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은 ‘사후 100년을 돌이켜 자기를 바라보라’이다. 9번에 걸쳐 7년 3개월의 수난을 실천한 안재홍의 비장함을 느낄수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다. 권력은 길어야 10년이다. 우리는 현대사에서 권력에 취해 있다가 한없는 추락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역사 앞에 겸손했던 안재홍의 삶과 정신과 말과 글에서 우리는 세상을 사는 명쾌한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가치있는 인생은 타인과 잘 소통하고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하는 것이다.

 황우갑
 본지 시민 전문기자·민세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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