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평택섶길이 나아갈 길을 묻다 ③

[평택시민신문] 걷기여행은 일상생활권을 벗어나 다른 지역의 길을 걸으며 그곳의 자연‧문화‧역사를 감상하고 체험하는 활동을 말한다. 평택시에는 걷기여행길인 ‘평택섶길’이 조성돼 있다. 섶길은 지난 2015년 평택의 정체성이 담긴 역사‧문화‧자연 자원을 잇는 12개 코스로 시작해 현재는 약 200㎞의 16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지난 5년여 동안 섶길은 다양한 사람이 찾는 길이자 교육의 장소로 성장했다. 그러나 걷기여행길의 후발주자인 만큼 성공적으로 자라잡기 위해 아직 길동무(해설안내사)‧프로그램 운영과 길의 유지‧관리를 위한 개선 과제가 남아있다.

<평택시민신문>은 전국의 주요 걷기여행길을 통해 섶길이 보다 성공적인 걷기여행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과 방향은 무엇인지 총 5회에 걸쳐 다루고자 한다.

인천둘레길 12코스 차이나타운.

길 따라 둘러보는 인천의 역사

인천둘레길은 인천광역시의 산과 구도심, 섬을 걷는 약 140km의 길이다. 길은 산을 중심으로 한 1~9코스, 인천 구도심길 10~14코스, 강화도·장봉도를 둘러볼 수 있는 섬길 15~16코스로 구성됐다. 현재 인천둘레길은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인천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본래 인천둘레길은 녹지를 잇는 산길로 계획됐다. 2010년 인천시 공원녹지과는 녹지축을 S자로 잇는 ‘시민건강 녹색둘레길’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이듬해 이를 추진하기 위해 공무원과 지속가능발전협의회(당시 의제21)·시민단체 관계자 등 22명으로 구성된 ‘인천녹지축둘레길추진단’이 결성됐다. 추진단은 도로·공장·아파트 개발로 훼손되는 녹지축을 보존코자 오솔길을 이어 가현산부터 청량산을 잇는 9개 코스 약 80㎞의 길을 개발했다.

10~14코스에 이르는 도심길이 만들어진 것은 2013년이다. 도심길은 인천의 정체성을 찾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 결과 인천이 어떤 도시인지 둘러볼 수 있도록 원도심인 중구와 동구를 잇는 길이 만들어졌다.

10~14코스는 인천의 현대부터 개항기에 이르는 역사적 변천을 살펴볼 수 있다. 11코스 연탄길에서는 구한말 일본인 거주지(혼마치)였던 도원역과 배다리 헌책방거리와 해방 이후 형성된 달동네를, 차이나타운을 지나는 12코스 성창포길은 개항기 역사를, 13코스 월미도는 인천상륙작전 등 한국전쟁의 흔적을, 14코스 부둣길은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유명한 만석동 달동네와 동일방직 등 산업화 시기의 흔적을 담고 있다.

유승분 인천지속협 사무처장은 “도시재생은 기존의 것을 무너트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토대 위에 새로운 것을 가미하는 것”이라며 “도시를 알기 위해선 길을 걸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왜 인천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기 때문에 10~14코스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둘레길 13코스 월미도에 위치한 인천상륙작전 기념 조형물,

모바일 앱으로 게임 하듯 도심 걸어

도심길은 보행권이 아닌 인천의 주요 역사지점을 중심으로 조성돼 걷기 편한 코스가 아니다. 도심 특성상 그늘이 없는 지역이 많고 도로 매연이 심한 구간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협은 길동무를 적극적으로 파견해 해결한다는 특징이 있다.

길동무는 사전에 신청하면 파견된다. 15명 이하면 2명, 15명 이상이면 3명을 파견하며 걷기여행객의 통행 안전과 주요 지점의 해설을 담당한다. 길동무는 지속협에서 운영하는 둘레길 안내사 양성아카데미를 통해 배출된다. 현재 27명이 활동하고 있다. 아카데미는 둘레길에 대한 기본 이해, 코스별 스토리텔링 등으로 구성됐으며 16개 코스를 완주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인천둘레길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활용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두루누비’ 외에도 IT기업 ㈜비글의 모바일 앱 ‘트랭글’을 경로 안내, 완주증 발급 등에 활용하고 있다. 앞서 지속협은 2017년 인천시산악연맹, 비글과 GPS 기반의 모바일 앱으로 정보를 제공키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휴대전화에 트랭글을 내려받으면 인천둘레길의 코스 확인, 거리, 실제 소요시간, 코스 이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위치가 기록돼 게임을 하듯이 길을 걷고 완주정보도 남길 수 있다.

인천둘레길과 별개로 지속협에서 운영하는 역사 프로그램 역시 주목할 만하다. 도심길 코스 중 집중해서 조명할 필요가 있는 만석동 괭이부리말, 배다리 헌책방거리나 코스에는 없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부평 캠프마켓 등에서 별도의 걷기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유 사무처장은 “걷기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자체사업으로 원도심의 문화유산을 찾아 발굴해 시민들에게 알리자는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인천지역 문화유산해설사들과 직접 답사하고 해설을 듣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둘레길의 과제는
다른 길은 사단법인이 운영하는 형태지만 인천은 지속협에서 운영한다. 지속협은 시민과 행정 사이의 중간자적 역할을 하는 거버넌스다. 직접적인 사업은 민간단체가 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시와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둘레길 사업을 하고자 하는 단체가 없다. 기본적으로 시 녹지정책과의 사업이다 보니 사업비만 책정될 뿐 운영비는 별도로 책정되지 않는 탓이다. 비영리단체 대부분은 예산이 많지 않다. 그러니 민간에서 마음 놓고 운영하기 어렵다.

지자체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가
걷기길을 조성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을 넘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한 사업이다. 영리적 목적으로 사업에 달려들어선 안 된다. 애초에 영리기업은 맡으려 하지도 않는다. 비영리단체가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데 예산 부담이 크다. 지자체 차원에서 독립적인 둘레길 사업 지원조례를 만들거나 기존 산림보호 조례 등에 걷기길에 대한 지원 근거를 포함시켜야 한다. 아직 상위법이 제정되지 않았으니 선제적으로 조례를 통해 지원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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