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음악 시간의 기억과 기록

김희선
국민대학교 교수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국제전통음악학회 
동아시아음악연구회장
전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평택시민신문] 오랫동안 기다려온 평택시 한국근현대음악관의 개관 소식이 매우 반갑다. 오늘날 한국의 음악 문화는 고대로부터 전승되어온 전통음악과 일제강점기와 미 군정기를 통해 수용된 서양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이 해방 후 국가수립과 분단, 근대화, 현대화, 세계화의 과정을 거치며 구축된, 한반도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시간과 정서의 집층물이다.

한국근현대음악관은 한반도 음악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했던 근현대의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유일한 전문 아카이브이다. 한국근현대음악관이 아카이빙 한 7만여 점은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에서 수집된 음악 관련 고서, 음반, 악보, 공연 팸플릿, 사진, 노래집, 음악문서 등을 망라한다. 자료의 방대함을 넘어 희귀하고 유일한 1차 자료라는 점에서 학술자원으로서의 유용함이 돋보인다. 누락 되고 왜곡된 음악 역사를 바로잡는데도, 여전히 기록되지 못한 음악사를 발굴하고 복원하는데도 1차 자료는 소중하다. 근현대의 시간을 담은 음악자료는 음악학 뿐 아니라 민속학, 국문학, 역사학, 공연학 등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도 귀한 자료가 된다. 학술 뿐 아니라 공연과 창작에 중요한 원천자료가 된다. 무엇보다 한국근현대음악관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전통음악-서양예술음악-대중음악-북한음악-디아스포라 음악 자료를 모두 아우르고 있어 토종음악과 외래음악의 경합과 접합이 구축한 영욕의 음악사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음악연구는 분과학을 넘어 통합적 한국음악학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근현대음악관이 한국음악학의 새로운 미래를 선도하게 될 것이다.

평택의 음악문화사는 근현대 한국음악사의 거울
한국근현대음악관 7만여 점의 아카이빙 자료
평택의 자랑이자 한국과 세계의 자부심 될 것 

평택에는 이 땅의 삶이 담긴 민속 음악을 자랑스러운 음악 유산으로 일구는데 일생을 바친 지영희가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근대 판소리 명창 이동백, 모흥갑, 김창룡이 있다.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 살아있는 평택농악과 평택민요가 있다. 미국을 통해 들어와 이제 세계인의 음악이 된 한국대중음악의 뿌리가 있다. 자신의 삶 전체를 근현대 음악연구에 바친 음악학자 노동은의 유산이 있다. 평택의 음악문화사는 근현대 한국음악사를 거울처럼 비춘다. 지영희는 이미 1960년대부터 한국음악의 현대화와 세계화의 길을 실천하며 길을 내었다. 오늘날 국악과 케이팝의 세계적 성공은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던 시절, 선대 음악인들이 보듬어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한국문화가 주목받는 지금, 평택의 음악사는 세계의 음악사가 되고 인류문화사의 보고가 되며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갖는데 충분한 필요조건이 된다.

평택의 음악 유산은 어느 도시에서나 모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근현대음악관의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평택시의 선택은 옳다. 역사를 성찰하여 후손들에게 전해주겠다는 뜨거운 의지의 표명이자 선언이며 이를 실천한 아름다운 사례가 될 것이다. 평택 시민들이 귀히 여긴 자료를 만나러 국내·외의 연구자들과 창작자들은 부지런히 평택을 찾을 것이다. 한국근현대음악관은 앞으로 체계적으로 자료의 수집·정리·보존·디지털화에 힘쓰고 전시·교육과 여러 창의적이고 미래적인 사업을 기획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해주시길 바란다. 평택 시민들은 한국근현대음악관의 설립을 함께 기뻐하며 가꾸어 인류 전체에 남을 아름다운 유산으로 물려주길 바란다. 한국근현대음악관이 평택을 넘어 한국과 세계의 자부심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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