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목련이 피는 골목

행운정 이발소와 행복장 여관
허물어진 담장사이로 
목련꽃이 하얀 구름처럼 피었다 
던져지고 버려지던 후미진 곳 
가리지 않고 눈부시게 피었다
좁은 담장 위로  만발한 꽃송이
떨어지는 꽃들이
끔뻑거리는 황소의 눈을 생각나게 한다는 목련
머리 희끗한 사내가
풍년방앗간 형제축산 형제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목련이 피면 왠지 슬퍼진다고
푸념 아닌 푸념이다 
이발소 삼색등이 빙글빙글 돌고
원색의 여관 간판도 오르락내리락 
황소 눈의 사내가
술잔에 고인 달빛을 마시며 눈물을 찔끔거린다
주고받는 사내들의 사련을 들으며
대책 없이 아름다운 목련꽃
툭, 꽃잎 하나를 떨어뜨리는 봄밤이다 


은사시나무

은사시나무 나무 한그루가 자란다
햇살아래 눈부시게 뒤척이는 은사시나무
늙은 주목나무의 심장부에 꽉 들어박혀 자라고 있다
연필심처럼 아주 잘 박혔다
시들시들 무너지고 삭아가는 
주목나무의 몸에 씨앗을 틔우고 주목나무를 파먹으며 
어엿한 청년으로 자란 은사시나무를 보며
스스로 자라온 줄만 알았던 
나의 착각이 흠칫 물러선다 
나는 성인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구멍을 
엄마의 가슴팍에 숭숭 뚫어놓았을까 
바스러져가는 엄마가 선명하게 보였을 때는
오대산 두로령에서 은사시나무를 품은 주목처럼
엄마도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나의 삶을 지켜보며
주목나무가 그러하듯이
반짝이는 은사시나무를 자랑스러워 할 뿐이었다
햇빛이 찬란하면 더욱 빛나는 삶이고자 하는 은사시나무
뿌리까지 내어준 주목의 생까지 빛내고 있다

 

안문
계간 『한국작가』 등단
평택문인협회 사무차장
경기도문학상 공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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