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이념의 경계에서 협력과 융합을 도모했던 안재홍

[평택시민신문] 평택 출신 독립운동가 민세 안재홍과 관련한 단행본이 현재 100여 권 넘게 출간돼 있다. 한국 근현대 지성사에서 안재홍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에 걸쳐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줏대 있게 고민하며 국가비전을 설계하고 실천한 민세 안재홍. 그를 다룬 책들을 찾아 그 의미와 핵심대목, 독서 포인트 등을 소개해 민세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열린민족주의자 안재홍의 정신의 삶과 활동의 삶을 꼼꼼하게 분석

이 책은 윤대식 한국외대 교수가 2018년에 썼다. 안재홍 전문연구자인 필자는 현실 정치의 좌우대립을 조정하고 협력을 강조했던 민족주의자 또는 민족주의 세력을 재조명해야할 필요성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필자에게도 큰 영향을 준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나찌 전범 아이히만 재판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사유하지 않는 인간의 위험성을 발견했다. 이 책은 생각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렌트의 인간다운 삶의 두가지 요소인 정신의 삶과 활동의 삶이라는 분석틀을 활용해서 정신과 활동의 삶을 정합시킨 동시에 현실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열린 민족주의자 안재홍의 치열한 삶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특히 이 책은 경계의 삶이라는 별도 항목을 통해 민세주의, 중앙노선, 순정우익 등의 이론 제시와 고군분투속에 특징지워지는 경계성도 살펴보고자 했다.

 

안재홍의 삶은 각성한 정신의 삶에서 정치적 재탄생의 활동의 삶으로 전환

저자는 이 책에서 좌우의 경계에서 양자의 협력과 융합을 도모했던 세칭 중도파 지식인 안재홍의 삶과 활동을 경계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우선 민세주의에서 신민족주의로 이어지는 안재홍의 정신의 삶을 분석했다. 또한 비타협적 민족주의와 신간회, 『조선상고사감』집필로 이어지는 현실저항과 지적 투쟁의 실천의 삶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해방후 민세의 최대 관심은 나라세우기였다. 건준과 민정장관 참여, 좌우합작운동의 실천을 통해 건국과 공동체의 청사진 만들기에 분주했던 삶이다.

 

안재홍의 삶은 시종일관 각성한 정신의 삶으로부터 정치적 재탄생의 활동의 삶으로 전환되었으며 정합을 유지했다. 식민지 시기 안재홍이 가졌던 해방과 독립의 목표는 해방공간과 정부수립 과정에서도 여전이 민족해방과 자주독립의 전취를 요구하는 정전(征戰)의 삶으로 일관되었다. 왜냐하면 안재홍에게 해방과 독립은 건국의 완성을 통해 성취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윤대식, 건국을 위한 변명 528쪽. 신서원).

 

안재홍은 평생 두 사람의 역사인물을 가슴과 머리에 새기며 닮고자 했다. 민세는 가슴으로 왜적에 맞선 이순신을 따르고자 했다. 어린 시절부터 고향 평택에서 산에 올라가 이순신 장군 묘소가 있는 아산 영인산을 보며 늘 충무공의 기백을 배우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민세의 글속에는 영원한 정전(征戰), 전사(戰士)라는 군사용어가 많이 쓰였다. 또한 머리로는 민세 스스로 조선 학술사상 태양과 같은 존재라 평했던 정약용을 따르고자 했다. 그 귀한 뜻은 일제강점기 최대 출판사업인 다산『여유당전서』 간행으로 구체화됐다. 문무(文武)를 아우르고 싶어했던 경계인 민세의 삶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황우갑 본지 시민 전문기자·민세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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