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버려진 의자

누가 옮겨놓았을까
버림받은 의자 하나 굴욕은 없다
오리 떼가 수면을 물고 가까이 다가오자
바람을 앉혀놓고
일렁거리는 물속의 사연을 함께 듣는다
평생 물가에 나와 본 적이 없던 의자는
버림을 받고서야 살아생전
제 뿌리가 길어 올리던 물줄기를 마주보게 되었다
산을 뺏기고 목재소에서 뼈가 잘리는
고통을 감내하며 현생을 견뎠으나
관절에 바람이 들고부터 푸대접만 받았다
다행히 강가에 버려주어
하늘과 물, 바람을 만나 인연을 이어간다
세상에 버림받지 않는 생이 어디 있겠는가
해와 달, 별들이 차례대로 놀다가는 강변에서
까마득한 기억들을 되새김하는지
고요한 수면을 바라보며
분주했던 전생을 잊어가고 있다

 

소사뜰

소사벌 모서리에 정착한지 몇 해던가
욕심 한번 크게 내어
지번 없는 넓은 벌판 몽땅 사들여야 겠다
파란 촉이 눈 뜨는 아침
들꽃들에게 노래나 불러주고
동무와 푸른 쌈에 이슬 얹은 점심을 먹고
느릿한 하품으로 오수에 들면
백만장자도 부럽지 않으리
청개구리 울음 논고랑을 적시면
텃밭에 고추 호박 가지들을 모종하리라
그리하면 네 잎 클로버를 찾아 행운의 점을 치던
유년의 시간을 만나게 되리라
투기꾼들의 수작에 허리 잘린 땅들이
부푼 몸값으로 널뛰기를 해도
백로가 한가로이 쉬어가는 들판
태양과 구름과 바람이 놀다가는 나의 영역에서는
먼 이국의 일인 듯 눈길 한번 주지 않으리
일출을 따라온 귀한 손님들이
일몰의 그림자를 밟고 돌아가고 나면
어둠의 고요를 베고 누워
별이나 헤아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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