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김인국 
외교부 평택 SOFA 
국민지원센터장

동질성과 함께 다양성 중시하는 평택
국제도시로서의 토양과 잠재력 갖춰

외교부 평택 SOFA 국민지원센터 발행
‘평택시민을 위한 일상영어’ 책자 
영어특성화 도시 평택 실현에 기여하길 기대 

평택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새 1년 반이 지나갔다. 평택에 온 후 처음 1년간은 주말마다 평택 지역 명소를 답사해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평택 곳곳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 여러 시대를 아우르는 문화유적들을 둘러보며, 학창 시절 제대로 하지 못했던 역사 공부를 현장감 있게 할 수 있었던 배움의 시간이었다. 또한 지역 사회와 주한미군 간 교류 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지역 인사들과 소통하였던 것과 외교관으로서의 해외 현장 경험을 소개하는 특강 계기에 지역 청소년들에게 꿈과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켜 줄 수 있었던 것도 큰 보람이었다. 게다가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길에 묵었던 평택 한 여관 주인의 친절을 난중일기 속에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필자가 경험한 일반 시민들의 친절은 평택 생활의 행복을 더해 주었다. 국내 근무와 해외 근무로 구분되는 외교부 근무 기간 중 가장 행복했던 기간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그러다 금년 들어 갑작스레 몰아닥친 코로나 19로 때 아닌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필자만의 현실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2월 전입신고를 하고 평택 생활을 만끽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4월 평택이 인구 50만을 돌파하고, 고덕 국제신도시, 브레인시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등 첨단산업도시로 평택이 비약적으로 발전을 해나가는 것을 직접 목격하는 것은 8년 반 만에 국내 근무를 하는 필자에게 있어선 잊을 수 없는 희열이었다. 평택의 찬미론자가 되어가는 가운데 약간 의아했던 것은 평택을 대표하는 음식이 없다는 점이었다. 송탄 국제중앙시장에 햄버거 식당이라든지 평택에 제법 있는 편인 부대찌개가 지역성을 띤 음식으로 소개되기도 하나, 지역 내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 음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택에 대표 음식이 없다는 것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평택이 지역 정서상 동질성보다는 다양성이 강하게 작용하다 보니, 단일 메뉴가 힘을 얻지 못한 게 당연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평택에는 도처에 여러 메뉴의 맛집이 있어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맛보며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이다. 이런 점에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평택은 이미 동질성보다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국제도시로서의 토양이 갖추어져 왔다는 역발상이 영 억지는 아닐 것이다.

또 평택에 와서 실감했던 것은 평택이 그야말로 국제도시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라는 점이다. 오랜 세월 2개의 미군기지가 주둔해 온 데 이어,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으로 주한미군 평택 시대가 이미 몇 해 전 도래했고, 미군 부대에 근무하는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평택에 거주하고 있고, 평택항이 있어 외국과의 인적교류도 많을뿐더러 작은 군(郡) 인구와도 맞먹는 근 2만 오천 명의 외국인(미국인 제외)이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역이니 말이다. 거기다 여러 지역사회와 주한 미군 간 교류사업도 활성화되는 가운데 자연스레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지역주민들의 배움을 향한 동기도 높아가는 분위기이다. 실제로 외교부에서 지난해 8월 미군기지 주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인식조사를 하였을 때 주한미군과 교류를 희망하는 비율(94.5%)과 좀 더 친밀한 관계를 희망(74.1%)하는 비율이 높은 수치를 보였다. 주한미군이 이미 평택이 국제도시로 나아가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평택에 와서 만난 근현대사의 큰 인물은 민세 안재홍 선생이다. 이념적 극단을 경계했던 국제적 민족주의자요 다 같이 말하고 다 같이 잘사는 <다사리 정신>이라는 위대한 정신적 유산을 남긴 평택이 낳은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다. 민세 선생이 세운 좌우명중 <인생의 집착에서 벗어나 사후 백년에 가서 돌이켜 자기를 바라보라>는 가르침은 미래를 준비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이 된다고 본다. 평택에 와서 코로나 19로 불가피하게 포럼이 중단되기 전까지 기라성 같은 우리나라의 명사들을 강사로 초청하여 10년 이상 매달 지속되어 온 <다사리 포럼>은 평택이 국제도시로 나아가는 데 요구되는 국제적 시각을 가진 인재육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 본다. 민세 선생의 <다사리 정신>과 이에 뜻을 같이하는 지역 시민들의 동참이 이미 평택 국제도시를 견인해 나갈 인물군(人物群) 저변을 확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평택이 명실공히 국제도시로 발전해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태는 차원에서 필자가 소속된 외교부 평택 SOFA 국민지원센터는 평택시국제교류재단(영어교육센터)과 협력하여 지난 6월 <평택시민을 위한 일상영어(I)> 소책자를 발간한 데 이어 금년 12월 <평택시민을 위한 일상영어(Ⅱ)> 소책자 발간을 준비 중이다. 이 소책자가 영어 잘하는 사람들한테는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으나, 영어를 부담스러워했던 일반 시민에게는 영어 배움의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영어를 기본표현부터 배우지 않고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렇지 않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작이 반이라는 점이다. 일단 뜻을 세워 배우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노력을 하면, 시간의 흐름 속에 요령이 덧입혀지며 장족의 발전을 가져 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주 <평택시민신문>에 지난 3년 여간 ‘김남균 교수의 글로벌 프리즘’란에 국제적 안목과 통찰력을 길러주는 글들을 연재해 온 김남균 평택대 교수와의 인터뷰가 전면기사로 실렸다. 신문사가 정년퇴임을 하며 그의 ‘글로벌 프리즘’란에 마침표를 찍은 김 교수에게 제공하는 최고 수준의 경의의 몸짓이라 여겨진다. 인터뷰 마지막 질문인 ‘평택에 대한 바람’에 김 교수는 “영어특성화도시나 영어특별도시로 평택을 가꾸는 것”이라는 답변을 제시한다. 그리고 평택 시민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이 “평택과 우리나라에 좋은 것이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감한다. 필자가 소속된 외교부 평택 SOFA 국민지원센터가 평택시국제교류재단과 협력하여 만들어내는 <평택시민을 위한 일상영어> 소책자들도 평택 국제도시 실현에도 기여하고 “평택과 우리나라에 좋은 것”이 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몸짓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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