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확진자 급증에 불안 커져
불충분한 동선공개로 불만 증대

시, 25일부터 상호명 등 공개 시작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공지해야

21일 안중시장에서 오일장이 열렸으나 상인들 외에 지나가는 시민을 찾을 수가 없었다.

[평택시민신문]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평택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남부·북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덜 발생했던 서부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속하게 나오면서 지역 내 감염에 대한 서부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날조차 거리가 텅 비어

“이게 무슨 장(날)이여, 횡단보도 앞에서 팔아도 이것보다는 낫겄다.”

21일 안중시장에서 꽈배기를 팔던 한 상인이 주변 상인들을 향해 이같이 한탄했다. 그는 “오늘 장에 나오고 실망했다”며 “조암장도 쉬기로 결정됐다. 뉴스에서 코로나19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하니 특히 노인들이 거리에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 말처럼 이날 오후 안중시장은 오일장이 열렸지만 한산했다. 안중장은 안중·청북·현덕·포승 등 서부지역 주민들이 몰리는 큰 규모의 오일장이다. 평소 장이 서는 날이면 행인 사이를 비집고 다녀야 할 만큼 거리가 붐볐다. 그러나 이날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간혹 행인 몇 명이 장이 열린 거리로 들어왔으나 대부분 거리를 지나쳐갈 뿐 물건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상설시장이 있는 안중시장 아케이드 구간도 마찬가지였다.

채소를 파는 한 상인은 “평소 장이 서는 이맘때면 거리가 빽빽하게 들어차는데 오늘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사람이 없다”며 “수십 년을 안중장에 나와 장사를 했는데 과거에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사람들이 서울로 교회와 집회를 다녀와 코로나에 걸렸다는데 이 시국에 왜 그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시끄러운 시국에 사람들에게 무얼 어떡하라는 것이냐”고 답답함을 토했다.

 

모호한 동선공개가 불안 키워

이같이 안중 거리가 한산해진 것은 서부지역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다. 서부지역은 지난 18일 서울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을 받은 현덕면 확진자를 시작으로 25일 6시를 기준으로 총 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평택시 전체 신규 확진자(31명)의 67%에 달한다.

상황이 이러하자 서부지역 주민들 대부분 지역 내에서 n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서부지역의 코로나 발생 현황이 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학교·학원·마트·식당 등을 방문하거나 이곳에서 접촉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49·55·69번 확진자는 광화문 집회 참석 이후 교회를 방문했고 56·57·58·61·62·64번 확진자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47·48번 확진자가 예배해 참석하면서 감염됐다. 또한 안중읍의 마트 직원으로 일하는 70번 확진자를 비롯해 57·72번 확진자 등이 지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트와 가전매장 등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서부지역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64·71번 확진자와 어학원 강사인 66번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주민 불안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이러함에도 평택시는 24일까지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며 상호명 등은 비공개로 처리했다는 점이다.

현재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7월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에 따라 각 지자체에 확진자 정보공개를 예방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확진자가 마지막 접촉자와 접촉한 날로부터 14일이 지나거나 해당 공간 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경우 동선을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만 권고 사항이다 보니 확진자 정보공개 범위는 지자체별로 상이하게 이뤄지고 있다.

성남·용인 등의 경우 상호명을 공개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확진자의 동선에 대해 상호명을 비공개로 하고 장소 유형만 공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평택도 확진자의 방문 장소를 교회, 마트, 편의점 등과 같은 식으로 유형만 공개했다.

서부지역 주민들은 이를 두고 하나 마나한 동선공개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상호명을 알아야 스스로 피해가거나 접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깜깜이라는 식이다.

안중읍에 거주하는 이아무개씨는 “마트 같은 경우 생필품을 사기 위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는 곳인데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확진자와 같은 시간대에 방문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니 불안하고 무력감에 빠진다”고 밝혔다.

21일 안중시장에서 오일장이 열렸으나 상인들 외에 지나가는 시민을 찾을 수가 없었다.

불안 해소 위해선 시 적극 나서야

동선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지자 25일 현재 평택시는 확진자 동선에서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학원, 마트, 직장 등의 명칭을 공개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그러나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늦은 공개 방침 변경이 불안을 키웠다는 입장이다.

포승읍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이송됐고 방역을 완료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오히려 입주민들은 기존 확진자인지, 신규 확진자인지 몰라 불안에 떨었다”며 “처음부터 확실하게 동선을 발표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밀접접촉자가 아니면 안전하다, 소독이 완료됐다 등 공지가 바로바로 이뤄져야 한다. 행정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힘들겠지만 불안에 떠는 시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를 신뢰할 수 없으니 시가 적극적으로 정보공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중읍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 중 한 명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방역에 책임이 있는 교회는 교인들에게 사실을 쉬쉬하며 숨기려고만 한다”며 “어느 교회는 공개하고 어느 교회는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민들 스스로가 조심할 수 있도록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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