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공중전화

거리에서 거뭇한 공중전화를 발견한 것은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몇 개의 핸드폰을 갈아치우며 스몸비가 되기까지 
저 혼자 저렇게 꼿꼿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동전 한 닢 먹어본지가 언제인지
꺼칠한 입술에 굶주림이 말라붙었다  
시선을 집중하니  
쏙쏙 밀어 넣던 동전의 시간들이 영사기처럼 돌아간다 
꽃다운 시절의 공중전화는 
사랑과 이별의 전도사 그 이상이었다
짤깍짤깍 떨어지는 동전소리와 교차되던 심장소리 
뜨거운 요소마다 혼절하던 청춘의 불안
대부분의 인연들은 공중전화를 통해서
끊어지고 이어지기를 반복하던 흑백의 전설로 돌아갔다    
아득한 사연들을 한꺼번에 끌어당기며
묵묵한 세월의 더께를 쓰다듬어본다 
망각의 시간들이 깨어나고
순정해진 마음에 복사꽃이 피어오른다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붉은 연정, 여전히 곱다 

 

구름들

뼈대 없다고 우습게 보지마라
자유자재의 이합집산으로
하늘을 쥐락펴락
심심하면 마구마구 허공을 구르고 뛰어내려 
헐거운 지상에 압정처럼 박혀든다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물의 씨앗들
아무데나 흩뿌리고 쏟아내며
단일종의 위력을 행사하지만 뒤끝 하나는 깨끗하다 
장마의 실마리가 
태풍으로 급부상할지도 모른다는 기상청을 비웃듯 
제 멋대로 뿌리고 다니는 물의 유전자를 
달게 받아들이는 지구촌부족들
눅눅하게 휘어지고 젖으며 날씨에 업혀 산다 
구름의 발바닥을 올려다보며  
마른 가슴 범람할 때까지 서있고 싶다   
공중의 투명한 송수관을 따라 이동하는 물길 
부슬부슬 구름이 부어오르고 저수지가 부어오른다 
파릇파릇 풀들이 젖는다
사람들이 젖는다 
젖는다는 것은 깊어진다는 말
세상에는 무엇엔가 젖지 않고서는 하루도 살수 없는 
생의 목록들이 수두룩하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