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평택시가 원평동 안성천 변의 넓은 습지 일대를 노을시민유원지로 조성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장관으로 알려져있고, 매해 많은 평택시민이 이곳을 찾는다. 필자는 대학 시절 문예 응모전에 ‘노을 수상(隨想)’이란 글을 출품한 이력이 있고, 몇 해 전에는 여기서 이뤄진 글짓기대회의 심사를 떠맡은 적도 있었다. 미처 저녁노을이 지기 전이었음에도 하늬바람에 아름다운 억새가 하늘거리는 장관에 그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거니와 바로 이곳이 ‘노을’이라는 그 주옥같은 동요를 만들어 낸 장소라는 데 더 놀랐기 때문이다. 며칠 전 그 천변을 지인과 함께 거닐면서 풍경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눈 끝에 짧은 생각의 조각이나마 가다듬어 글을 쓰기로 했다. 비록 깜냥은 모자랄지라도 유독 이런 처소를 아끼는 분들이 있어 그분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짐짓 거들고자 한다.

첫째, ‘노을시민유원지’의 명칭을 ‘노을시민공원’으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 왠지 유원지라는 용어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개인적으로 썩 달갑지 않아서다. 기왕이면 놀이시설 위주의 위락기능보다는 공중(公衆)을 위한 공공녹지일뿐더러 폭넓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라는 권고다. 여러 사람이 모여들어 맘 편히 쉬려면 천연에 가까운 자연상태와 후생적 조경지의 조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다. 그 사전적 의미를 짚어보더라도 ‘공원’이라는 낱말로 충분하다. 즉, 공원(公園)이란 공중의 휴식·오락·보건 등을 위해 조성한 넓은 정원이나 유원지 등의 사회시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도시공원으로서 어린이 공원·체육공원·수상 공원·식물 공원·동물 공원 등을 아우를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으리라. 교대로 걸터앉을 벤치는 물론 정자나 누각마저 옛 정취를 한껏 살려 원두막처럼 지으면 얼마나 좋으랴.

둘째, 최대한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달라는 신신당부다. 그런 뜻에서 너무 광범위한 사업지 확장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거액의 예산을 들이면서 결과적으로 동식물의 서식지를 교란한다면 본래의 취지나 목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기에 그렇다. 만인에게 안식과 영감을 주는 대자연은 차라리 그대로 내버려 두는 편이 최상책임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날이 갈수록 복잡하고 비대해지는 도심 생활환경에 숨통을 틔우는 녹지대야말로 대폭 늘릴지언정 자꾸만 줄여나가는 난개발형 정책은 과감히 지양해야 한다. 군문교에서 내뿜는 매연을 최소화할 차단막을 설치하되 볼썽사납지 않도록 정교하게 구상할 지점이며, 조류의 부딪침을 미연에 방지할 방안 또한 애써 강구할 대목이다. 틈나는 대로 시민공원을 찾아 때 묻지 않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길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고 믿는다.

셋째, 흔한 쌀과 배 말고는 선뜻 내어놓을 게 마뜩잖은 평택에 걸맞은 명소로 구축하라는 주문이다. 이미 개설한 자전거도로를 다듬어 자전차왕 엄복동이 오갔던 길과 연계하면 훌륭한 연상이 가능하리라 본다. 실제 '일미상회'라는 자전거 점포를 그 당시 모습으로 복원해 운영하면 뭇 시선을 끌 것이다. 거기다가 노을을 소재로 음유하듯 노래를 부르는 정태춘의 음악분수 쇼와 더불어 독특한 창법을 구사하는 박상민의 개성을 최대한 살린다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구성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운치 있는 야외음악당 겸 노천극장을 멋지게 지어야겠고, 차제에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시민 발언대를 두면 상한 속내들이 좀 시원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밖에 낚시터를 몇 군데 예약제로 돌리면 오염원도 막을 수 있으리라.

위에서 제시한 사항들 외에 각계의 의견들을 수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갖고 여러 차례 공청회를 거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절차도 필수적이다. 중요한 일일수록 차근차근 치밀하게 추진할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게 서비스업종이다. 공원을 흐르는 맑은 물처럼 전 과정이 투명하면 일자리 역시 시나브로 늘어나는 법이다.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었을 노을 창작동요를 부른 장본인도 수소문에 앞서 희소식을 듣고 냉큼 찾아오리라. 화급할수록 홀로 내닫기보다는 함께 가면서 멀리 내다보는 슬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조하식
수필가 ·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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