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아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
고양신문 발행인

[평택시민신문] 코로나19로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는 지역신문에 단비 같은 돈이 입금됐습니다. 입금자는 ‘구글’입니다. 평균 6백만 원에 이르는 이 돈은 구글이 한국의 지역신문을 위해 지원한 코로나19 긴급자금입니다. 참 반갑고도 씁쓸한 지원입니다. 구글은 한국의 지역신문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중소 지역신문을 위해 저널리즘 긴급구제 펀드를 조성하고 수천 만 달러의 자금을 풀었다고 합니다. 5300개 안팎의 지역신문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구글이 제공하는 지원신청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부정적인 마음이 컸습니다. 괜히 구글의 글로벌 이벤트에 들러리 서는 건 아닌지, 정산은 또 얼마나 까다로울지 등등 여러 마음이 들락날락했습니다.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함께 의논하며 신청서를 작성한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원사 대부분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원방식도 경쾌합니다. 일단 신청서 작성 일주일 후에 지원이 결정됐고, 일주일 후에 돈이 입금됐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빠른 지원은 처음입니다. 지원금 사용 용도도 참 자유롭습니다. ‘저널리즘 구현’이라는 조건만 있습니다. 인건비로 써도 좋고, 인쇄비로 써도 좋고, 긴급한 곳에 알아서 쓰라고 합니다. 인건비는 안 되고, 인쇄비는 안 되고…‘경영에 도움 안 되는 지원’만 골라서 허락하는 한국 정부의 지원과는 격이 다른 지원입니다. 지역신문의 갈급함을 조건 없이 수용한 구글 덕분에 여러 지역신문이 몇 달 뭉친 체기를 해소했습니다.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지원의 경쾌함이 체기를 풀어주었습니다. 구글이 고마운 만큼 한국정부에 대한 서러움은 깊어졌습니다.

지역신문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공공재의 역할을 합니다. 문재인 정부도 이를 인정해 지역언론 활성화를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언론 관련 유일한 공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지역언론 지원정책은 박근혜 정부 때에 비해 전혀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신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았습니다. 미디어 정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언론관련 정부기관에 긴급지원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외면당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기획재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는 것.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 긴급지원자금을 받았지만 지역신문은 단 한 푼도 지원받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원 외면한 지역언론 
구글은 저널리즘 긴급구제 펀드 조성해
전 세계 5300여 지역신문 지원했다

 

지역신문이 작은 영리기업 한 곳만도 못하던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지역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신문발전기금에 예비비도 충분히 있지만, 이 또한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필요해 엄두가 안 난답니다. 지역신문의 갈급함은 하찮은 것이었고, 행정 절차의 관례는 막중한 것이었습니다. 있는 돈도 못 쓰는 한국정부와 조건 없이 긴급자금을 지원한 구글 사이의 서글픔, 지역신문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네이버와 국경을 넘어 한국의 지역신문을 찾아온 구글 사이의 씁쓸함이 밀려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국 곳곳의 건강한 지역신문들은 소신과 열정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코로나19 지역 확산 여부를 밤낮없이 보도하고, 종이와 영상, SNS로 부지런히 올렸습니다. 국민과 가장 밀접한 지역신문이 국민을 옹호하는 최전선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뛰고 있습니다. 행사 광고와 기업광고가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이 지역신문이지만, 스스로를 챙기기 전에 지역을, 지역주민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지역신문이 코로나19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가속화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구글은 지역신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기업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지역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각인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코로나19로 막힌 세계의 장벽 앞에서, 세계 곳곳의 마을 미디어를 연결하고 지지하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글을 봅니다. 글로벌 기업의 시선(혹은 전략이라 할지라도)을 한국 정부와 한국기업이 되새겨 보길 바랍니다. 지역신문은 국민과 가장 친밀한 미디어입니다. 지금은 미약하더라도 그리 될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은 지역신문을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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