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참으로 숱하게 기다려 온 세월이었지
정말로 모질게 견뎌 온 시간들이었어
팔 다리 잘려도 살아난 게 부끄러웠고
화약과 파편으로 다 파 헤쳐진 무덤 속
그 같은 자리에 눕지 못했던 미안함에
애써 숨기며 견뎌왔던 지난 날이었어

언젠가는 누군가는 말 해줄 줄 알았지
나같은 사람들은 입 꾹 다물고 버텨도
허구 많은 날들 눈 부릅뜨고 지켜본 산하
너희들이라면 반드시 토해낼 줄 알았어
그 해 유월에 우리들이 왜 그래야 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왜 네 품에 안겨야 했는지

마음 속으론 외치고 싶은 게 참으로 많았지
왜 싸웠냐고, 왜 죽였냐고, 왜 버렸었냐고
너희들은 뭐했냐고, 왜 지켜보고만 있었냐고
땅을 흔들고 물을 퍼올려 다 쓸어버렸으면
저들끼리 더 이상 뭘 할 수도 없었을텐데
왜 그냥 놔뒀냐고, 무에 그리 무서웠냐고

이젠 너희들이 품었던 살과 뼈는 어디선가
말라 비틀어져 흙이 되었는지도 모르는, 나
그리 무심할 정도로 살아온 게 칠십 년이야
속히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려 하나
여전히 너희가 내놓지 않고 품고 있는, 자
아직도 많은 그 님들은 언제나 맞이하려나

야금야금 기다린 게 무려 그만큼이나 됐어
한 마디 대답도 못 듣고 궁금증은 덮어둔 채
그냥 살아 온 거야, 덤인 목숨 부지한 거야
그러는 새 많은 해와 달이 우릴 스쳐갔지
간간이 되살려 내고 잊지 말자고 하면서
고맙게도 돌아봐 준 이들은 살아있을까?

그대여 또 아는가 모르는가, 짐작 하는가
해마다 유월이 오면 이름없는 고지에 서서
그분들의 진한 울음, 깊은 통곡에 섞여진
그날의 사연들 듣고 싶은 마음 간절한데
그속에 참아온 내 눈물 다 쏟아내고픈데
그대들 유월의 산하는 왜 말이 없는가?

 

김인수 육군 준장
수도군단사령부 부군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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