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천변에 들다

반달이 돌아왔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한 수면위로 빛의 아가미를 뻐끔거리고 있다
개발과 장마에 한동안 실종되었다가 
겨우 제 안의 흐름이 조용해진 물의 허리를 붙들고
반달이 헤엄을 치고 있는 것이다
내 손끝에도 조용해진 며칠 동안의 은밀함이
붕숭아 꽃물로 피어나고 있다 
붉은 미아상태에 놓여있던 통복천에 
반달이 돌아왔다는 것은 
바다가 깨어났다는 얘기이며 
전설과 유행들이 바빠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컴퓨터에 빠져있을 때에도
노래방의 마이크에 휩쓸릴 때에도
잠적했던 소문들은 새로운 비늘로 퍼덕일 것이다
칠흑 같은 물의 밤을 건너고
도시의 불빛에 밀려난 변두리가 희미해진 다음에서야 
돌아온 저 반달
두 손을 내밀어 신생의 반쪽을 잡아보려다 
아뿔싸!
휘청거리던 두 발이 그만 개천을 찌르고 말았다 

 

뻥이요!

통복시장 모서리를 돌아가면
고소하고 푸근한 냄새가 진동하는
그곳에 뻥튀기 가게가 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몇 대의 압력 용기
죄 없는 알곡들의 몸이 터지고 찢어지는 
연옥煉獄의 현장이다 
검고 뜨거운 무쇠 솥 안에서 죽을 만큼 
담금질을 당해도 질러보지 못한 비명은 
딱 한 마디, 뻥이요! 
불을 끄고 문을 따주는 
사내와 입을 맞추며 동시에 터져 나오는 뻥! 
뻥 같은 환호성을 지른다  
불의 시간을 견디고 철망 속에 뛰어드는 
날개 없는 것들의 추락에서 고소함이 진동한다  
속살도 보드랍다
늘 제 가슴을 담금질하며 사는 
사람들의 말처럼 스며드는 맛도 좋다 
땅거미가 시장모서리를 돌아설 즈음엔
허공까지 튀겨내는 뻥튀기  
어느새 석양을 튀겼는지 서쪽은 온통 
불의 밭이다 

배두순 시인
평택문인협회 회장

약력: 2006년 격월간『정신과 표현』신인상. 평택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국제문학교류위원.국제펜클럽한국본부회원.
평택시민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강사 역임. 문예학습지도사.
시집『숯 굽는 마을』외.
경기문화재단 우수문학창작지원금수혜.
2017년 세종도서 선정.
평택문학상. 천강문학상. 경기도문학상. 평택예총예술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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