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화 이사장
포승 하늬바람마을 협동조합

[평택시민신문] 한마을에서 5명의 아이엄마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마을에 부족한 ‘문화 공간’, 우리가 원하는 ‘일자리’, 시간제한 없는 다양한 ‘공유플랫폼’, 소박한 ‘마을 정원’ 만들기. 내 아이들이 뛰어놀며 ‘추억’을 만들고, 재미있게 살고 싶은 ‘우리 동네’ 만들기. 그래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

나 한사람의 이익이 아닌 마을의 많은 사람을 위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작이 쉽지 않았다. 모일 공간도 필요했고, 무엇보다 시간과 돈이 필요했다. 한 두 명이 모여 단순히 생활비를 쪼개어 될 일도 아니었고, 우리는 재벌가의 딸들도 아니었으며 지역의 유지도 아니었다. 내 아이들을 다 같이 좋은 환경에서 키우겠다고 남편 따라 이사 온 주민으로서 동네를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가 집 기둥 뽑을 판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공의 도움을 받아 보기로 했다. 이럴 때 나라의 복지가 있고, 행정의 공공서비스가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 우리는 온라인 맘 카페에서 모였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정보조사를 시작했다. 우리가 도움을 좀 받아 시작하려면, 일단 제대로 된 법인격을 갖추어야 했다. 그 많은 법인격 중에 그나마 가장 목적에 부합하고 쉬운 시작은 이론상 “협동조합”이었으나 행정의 벽은 쉽지 않았다. ‘관’의 언어는 ‘시민’의 언어와 다르다. 제출서류마다 서로 다른 표현은 정신이 없고, 같은 주소지를 쓰는데 왜 다른 단어가 씌어져 있는지...

협동조합 설립에 필요한 기본적인 안내는 온라인에 되어있지만, 실무적인 자세한 도움은 어느 곳에서도 자세히 받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경기도 따복센터, 마을공동체지원센터라는 곳은 너무나 멀었고 평택에서는 형식적인 정보뿐이었다. 담당 공무원들도 밀린 일을 하느라 너무나 바빴고, 매일외근에, 그들도 함께 공부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정녕 이런 것들을 도와줄 ‘누군가’는 없는 것인가.

살고 싶은 평택을 만드는 과정은 
시민이 필요한 역할을 하고
행정이 이를 도우며 함께 하는 과정

 

우리는 스스로 협동조합법을 공부해가며 정관을 만들어야 했고, 생소하고 낯선 용어들을 이해해가며 필요한 양식과 사업계획서등을 작성하느라 한 달을 넘게 고생했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목적과 방향이 달라진 기분이었다. 과정에 지쳐서 ‘잘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고 뭐고, 남편 기숙사 생활시키고 애들 데리고 이사 가자. 도시개발 민원 미친 듯 넣는 게 빠르겠다, 우리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그 긴 설립 준비 기간 동안, 공무원 인사발령에 부서이동 기간이라 인수인계는 필요하고, 이 과정에 지치는 건 시민이니, 답답함에 정말 눈물이 나려했다. 시청과 법원, 세무서, 다시 법원, 시청을 몇 번을 오갔는지 모른다.

특히 서부 끝자락 포승에서 평택 남부 시청 부근까지 한두 번이면 아이들 하원시간이라 하루가 끝이다. 법무사나 행정사에 맡기지 그랬냐 하겠지만, 시민들에게 어찌 보면 행정, 혹은 중간지원센터들이 제대로 갖추어 조금만 도와준다면 쓰지 않아도 될 비용과 시간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길고 험난한 여정 끝에 평택의 서쪽 작은 포승공단 마을에 ‘하늬바람마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다.

평택이 살기에 불편한 점이 있다면, 시민이 떠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쯤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공익활동’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하려는 일이 과연 ‘우리’ 몇몇을 위한 일인가?

‘공익’이 무엇인지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아직까지 불특정 다수의 이익을 위해 100인 이상이 모여 단체로 활동을 해야 한다는 등 애매한 기준들이 참 많다. 우리와 같이 사회적 가치를 둔 마을 경제활동도, 또 몇몇의 개인들이 모여 지역의 고민을 나누고 지속적으로 해결하려는 활동과 정성적 가치를 이루어 내는 것 또한 ‘공익활동’으로 존중해주었으면 한다. 관에서 행정만으로 세밀하게 파악할 수 없는 지역사회 고민은 생활 영역에서 시민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평택지역도 우리들처럼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당사자로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는 평범한 시민들이 점차적으로 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개인과 지역사회의 여러 그룹이 만나 다양한 공익활동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평택이 만들어나가야 할 “협치”의 모습이고 과제일 것이다.

막상 모여서 뭔가를 해보려니 시민들은 행정에 정해진 답이 궁금하기 보다는 답으로 가는 과정을 설명해주고 도와줄 ‘지원가’들과 그들이 활동할 제대로 구축된 중간지원센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려면 시민들과 진정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중간지원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역량 있는 지원가들이 제대로만 활동해준다면, 아이가 자라 당연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 말고, 내 아이가 졸업해도 다시 돌아오고 싶은 내 고향 평택을 만드는 것, 남편은 직장 때문에 잠시 떠나더라도 나와 아이는 평택에 당연히 살게 될 것이다.

시민이 떠나지 않는 평택, 살고 싶은 평택을 만들자. 그 과정에 시민들이 저마다 자기 역할을 하며 행정이 함께 하는 과정. 그것이 지금 평택에서 절실한 ‘공익’이고 ‘협치’ 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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