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평택대 교수
국제무역행정학과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한 국가의 발전은 그 국가가 갖고 있는 사회적 자본과 직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단순한 물적 자본이 아닌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핵심은 신뢰(trust)이다. 신뢰(信賴)는 말 그대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특히 후쿠야마는 혈연 등 개인적 관계를 뛰어넘는 사회적 관계에서 형성되는 신뢰 곧 ‘공적 신뢰’에 주목한다.

한 마디로 잘 모르는 사람,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신뢰가 형성되는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소위 선진국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어 있고 이 신뢰가 사회적 자본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조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구사회의 기업들이 혈연관계에 의해서만 작동되고 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80년대 이후 한국 시민사회 
비약적으로 발전

권력과 돈을 견제하는 
시민사회의 자본은 신뢰

시민단체 역할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비판 있어

반면 한국사회는 이러한 신뢰가 약한 사회이고 혈연관계 등에 얽매여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조직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후쿠야마의 설명에 의하면 한국사회는 혈연관계에 머물러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조직이 형성되기 어려우나 정부의 지원에 의해 대규모 조직의 형성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혈연관계에 의해서 작동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후쿠야마의 설명처럼 한국사회가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한 사회가 아닐지라도 한국사회의 ‘공적 신뢰’도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해 오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국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라고 하는 세 축 모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민의 신뢰가 없는 정권이니 국가폭력을 동원하여 독재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가 과거 독재시대를 거치며 경험한 일이다.

시장이 신뢰를 잃으면 시장의 기본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기업의 운영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신뢰를 잃은 기업은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 예측 가능한 신뢰가 없는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다. 경쟁이 없는 시장은 특정 세력, 특정 자본에 의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가와 시장이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만 시민사회의 신뢰는 시민사회의 모든 것이다. 신뢰가 없는 시민사회는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 시민이 중심이 된 시민사회는 시민들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 관계는 신뢰를 전제로 한다. 시민사회는 권력도 돈도 없다. 권력과 돈을 견제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이 견제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본이 바로 신뢰이다.

특히 시민사회에서 시민들의 관계는 자발성을 전제로 한다. 자발성은 신뢰를 전제로 한다. 시민사회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자발성이 형성될 수 없다. 자발성이 없는 시민사회는 동원의 대상일 뿐이다. 소위 관변단체이다. 자발성이 없으니 시민들의 조직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정부의 필요에 의해 정부가 주도해서 단체를 결성하니 정부에 이용될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며 한국의 시민사회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실적으로 시민사회를 대표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한국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역할이 특히 시민단체의 역할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시민단체가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몇 소수의 활동가들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시민 다수가 참여하는 시민단체가 되어야 한다. ‘시민’이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자세가 되어 있고 또 실제 투자할 때 시민사회의 신뢰가 작동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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