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칸나의 민낯

근처에 염증을 몰고 오는 여인 하나가 있다

희한하게 그녀만 맞닥뜨리면 염증수치가 오른다

그럴 때마다

마음은 불량스러워지고 팔이 저려온다

면역에도 한계가 있다며

약사는 노란 약 몇 알을 더 얹는다

 

갱년기의 헛헛함을 그녀로 핑계삼는 이유는

성과위주의 평가로 심장을 조여 오거나

을의 낙인과 고령자로 분류해 놓는 갑질 때문이다

 

관계에 사소한 혼선들은 수시로 빚어지고

다름과 균형에 대한 특별한 융통성 없이는

고분해지는 것만으로 심중 화기가 조절되진 않는다

관계란 믿음을 수반해야 하고

동반의 실타래는 다시 감아야 한다

 

그녀가 좌회전을 한들 미묘한 기류가 바로 바뀔 지는

기대하기도 단정하기도 어렵다

염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속내의 편견을 솎아내는 수밖에 없다

세상, 때때로 차가운 바닥이다

 

칸나의 만회

퀭한 눈빛으로 경계의 촉수를 세우곤

한 번을 위하여 잔뜩 웅크린 무릎

함부로 구부리지 말 것을 감지하며 숨 고르는 중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군가 가까이 할수록

결핍의 눈동자

보상을 기다리는

소의 눈빛을 닮았다

정신 놓은 침묵에 계획들은 흐려지고

부어있는 등 위로 깜박이는 밤

사나운 것들을 잠재우며

아파트 그림자에 발목을 담근다

너무 빨리 달아나지 말자

그렇다고 연연해하지도 말자

맑은 날만 있다면 사막이겠지

서로 공기를 빼보는 비겁함에서 피하지도 말고

굽혔던 관절이 시큰해도

함부로 곡해하거나 변형시키지 말자

열정을 핑계 삼아 세상 속 먼저 다가가

자투리라도 모서리를 채우며 살자

 

칸나: 작가의 내적 투영 대상

박미자 시인
아동문학가
놀이상담전문가
청암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