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 모두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9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구성한 ‘6·5재보궐선거 평택시민단체 연대회의’가 주관한 평택시장 재선거 후보자 초청 방송토론회의 질문지가 특정후보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후보자 초청토론회는 합동연설회가 폐지되는 등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선거운동의 주요 수단이다.

지난 4·13 총선에서 방송과 신문을 통한 여러 차례의 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선거에 많은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또한 토론회 등을 통한 미디어 선거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후보자의 당락을 좌우할 핵심적인 선거운동 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만큼 토론회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회의 질문내용이 어느 특정 후보에게 사전 유출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는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 미디어 선거의 근본, 나아가 선거 행위 자체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번 토론회가 도덕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삼는 시민단체가 주관한 토론회였다는 점, 또한 이 질문 내용을 사전에 획득한 후보가 참여 속의 개혁을 표방한 집권 열린우리당의 후보였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자세한 진상은 유출 사실을 시인한 해당 시민단체 관계자와 열린우리당 윤주학 후보측 관계자들에 대한 선관위의 조사, 경우에 따라서는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안의 성격상 선관위의 신속하고 정확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 사안이 법적인 문제로 확대될지는 현단계로서는 알수 없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열린우리당 후보의 도덕성은 큰 타격을 입었다.

토론회를 주관한 연대회의 측은 “유출 의혹이 사실이라면 관련 후보는 시민에게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한 바 있지만,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연대회의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이다.

우리는 선거가 한참 진행중인 시점에서 이번 사안을 어느 정파적 이해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경계한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상 평택의 현재와 먼 앞날을 위해 관련자들의 명확한 판단과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이번 사안이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자신을 되돌아 보는 자숙과 반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예수는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는 군중을 향해 “죄없는 자가 있거든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고 했다.

모두 바쁘고 피폐한 현실을 살아가느라, 첨예한 이해관계에 따라 삶의 근원적인 문제, 양심과 도덕의 문제를 한켠으로 밀어 놓고 살아오지 않았는지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고, 지역사회의 건강한 도덕적 기풍이 살아나는 뼈아픈 교훈으로 되길 바란다.

비록 전체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시민단체의 명예와 신뢰성은 큰 상처를 입었다.

시민단체 관련자들이나 지역 언론을 포함한 비정부 민간기구 구성원들 모두에게 이 사건이 도덕성을 재점검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승화되길 기대한다.

또한 선거 과정과 결과가 어떻게 전개되든 선거 이후의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걱정스럽다.

후보자의 정책과 정견을 듣고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이번 선거가 이 사건으로 정책선거가 실종되는 감정대립 양상과 이전투구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당파적 이해나 근시안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지역의 먼 미래를 위해 모두의 현명한 대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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